'시계제로' 한진 경영권분쟁…승부수 던진 조원태

입력 2020-0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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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승부수 '경영능력 입증'
대규모 투자·상생 경영
남매간 화해 가능성도
'누나 경영복귀' 합의할 듯
한진가(家)의 위기이자 조원태 회장의 위기다. 조 회장은 지난해 4월 부친인 고(故) 조양호 회장 작고 이후 그룹 총수에 올랐다. 하지만 가족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고, 그룹 지주사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 여부가 불투명하다.

조 회장의 가장 큰 위협은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다. 조 회장의 독단경영을 공개 비판한 조 전 부사장은 KCGI, 반도그룹 등 한진칼 주요 주주와 접촉하며 세력 구축에 나섰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지분율 셈법이 복잡해지는 가운데, 표대결에 돌입한 조원태 회장도 승부수를 던졌다. 기업가치 개선을 위한 대규모 시설투자를 진행하기로 한 것.

한진그룹의 물류 자회사인 ㈜한진은 3년간 2,850억원을 투자해 대전에 전국망 택배 허브를 조성,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조 회장 부임 이후 계열사에서 진행된 사실상 첫 대규모 투자다. 주주 친화 정책이자 그룹 경영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투자발표는 지난해 1월 KCGI가 주장한 내용을 이행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KCGI는 ‘밸류 한진, 국민의 품으로 다시 돌아가는 한진’이라는 주주제언 자료를 통해 ㈜한진이 보유한 유휴부지 및 유휴지분 매각, 택배시설에 대한 투자를 요구한 바 있다.

조원태 회장은 중소기업과의 상생에도 적극 나섰다. 자사와 계약을 맺고 있는 전국 약 800여개의 모든 여행사를 대상으로 대한항공 일본 노선 판매액의 3%를 매월 지급하기로 한 것. 경영난을 겪고 있는 여행사에 흑기사를 자처한 건데, 대한항공이 판매액의 일부를 직접 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3월 한진칼 이사회를 앞두고 회사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거나 그룹 경영 전반에서 실적을 내고 있는 모습을 통해 주주 마음 잡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가치를 높이고 수익성을 개선해야 주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진칼은 오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조원태 회장의 연임 건을 다룬다. 한진칼 `큰 손`들이 연일 조 회장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출석 주주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하면 조 회장은 연임에 실패하고 그룹 경영권까지 잃을 수 있다. 주총 참석률이 77%였던 지난해를 기준으로 따져보면 안건 통과를 위해 최소 39%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판세론 조 회장 측이 불리하다. 조 회장의 확실한 한진칼 지분은 본인이 보유한 6.52%, 정석인하학원 등 특수관계인(4.15%), 델타항공(10%) 등으로 총 20.67%에 불과하다. 여기에 지난달 대한항공과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한진칼 지분 1%를 매입한 카카오를 우호 세력으로 간주해도 21.67%에 불과하다.



반면, 조현아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 등 `반조원태` 진영의 한진칼 지분은 31.98%에 달한다. 조 회장 입장에선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지지가 절실하다. 두 사람의 지분을 합하면 조 회장도 33.45%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이 고문과 조 전무가 조 회장 편에 설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다만, 조 전 부사장과 KCGI 연합도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KCGI는 꾸준히 총수 일가를 견제해왔고, 조 전 부사장을 대표적인 예로 꼽아왔다. 또한 KCGI는 계속 적자를 내고 있는 호텔 사업 부문을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단 점에서도 둘의 연합은 명분이 부족하다.

조 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조만간 모친, 누나와 합의안을 도출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최근 가족간 갈등이 대외적으로 공개된 이후 조 전 부사장 측에 먼저 연락해 만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우선 모친과 조 전 부사장이 요구하는 대로 ‘경영복귀’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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