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3년간 통신공룡 KT를 이끌어 나가게 될 차기 CEO에 `KT맨` 구현모 사장이 내정됐다.
지난 2008년 이후 처음으로 `KT맨`이 새 수장이 된 만큼 내·외부에선 구현모 사장에 대해 거는 기대가 크다.
구현모 사장은 1987년 KT에 입사한 뒤 대부분의 사회생활을 KT에서만 보냈다. 전략CFT그룹 전략1담당 상무대우, 그룹전략1담당 상무보, 코퍼레이트센터 경영전략담당 상무, 개인고객전략본부장, 커스터머부문 사외채널본부장, T&C부문 T&C 운영 총괄 전무 등을 거쳤다.
구현모 사장만큼 KT를 잘 아는 사람도 없다.
지난 16일 구현모 체제에 맞춘 첫 조직개편과 인사가 마무리 됐고 이제는 첫 경영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유료방송 `3강 체제` 열렸다…위태로운 1위 KT
현재 KT는 유료방송시장에서 위치가 흔들리고 있다.
급변하는 미디어시장에서 KT가 잠시 주춤거리는 사이 경쟁사들의 M&A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이 최종 승인됐다.
지난달 15일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한데 이어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합병이 마무리되면서 KT계열까지, 유료방송 시장은 통신사가 주도하는 `3강` 체제로 재편됐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위성방송을 포함한 KT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31.1%이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가 각각 티브로드와 CJ헬로(LG헬로비전)를 삼키며 시장 점유율이 23.9%, 24.5%로 올라서 KT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KT는 지금 이 상황이 불편하다. 현재 KT는 유료방송시장에서 통신3사 중 나 홀로 M&A에서 배제돼 있기 때문이다.
KT는 유료방송시장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가 적극적인 M&A를 통해 추격하고 있다.
KT 입장에서는 경쟁사의 이 같은 움직임에 조급할 수 밖에 없다.
KT도 지난해 케이블TV 시장 3위 업체인 딜라이브 인수 추진에 나섰지만 정부의 ‘유료방송 합산규제’ 후속 조치가 지지부진해지면서 잠정 중단된 상태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란 1개 사업자가 위성방송, 케이블TV, IPTV를 합친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33%)을 확보하지 못하게 한 제도이다.
사실상 KT의 시장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이었다. 현재 이 법안은 지난 2018년 6월 일몰됐으나 후속안 마련이 늦어지고 국회에서는 재도입 여부도 아직 결정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KT의 딜라이브 인수 건과 관련해 "합산규제가 일몰된 만큼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KT는 시장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 KT, M&A 재도전 절실
KT는 현재 유료방송시장에서의 시장확대가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다.
KT로서는 규제 이슈가 해소되는 대로 딜라이브 인수를 다시 추진함으로써 1강 2중 체제 복원을 꾀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KT의 새 수장이 된 구현모 사장의 행보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첫 취임 이후 M&A 만큼 성과를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없다.
구현모 사장은 인터넷TV(IPTV)와 유·무선통신판매 등을 총괄해 온 만큼, 유료방송 인수합병(M&A)을 통한 미디어 사업 확장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국내 최대 디지털 미디어랩인 나스미디어를 인수하고 알짜 자회사로 성장시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구현모 사장은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나 "(M&A와 관련해) 2월 중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딜라이브 인수 추진에 대한 여지를 남겨뒀다.
▲ 3월 `구현모號` 공식 출범…구현모 사장의 선택은?
오는 3월 KT 주주총회가 예정돼 있다.
구현모 사장은 정기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KT CEO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황창규 회장은 이달 초 임원회의에서 인사·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일정을 조기에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전달하면서 구현모체제에 일찌감치 힘을 실어줬다.
최근 조직개편과 인사를 통해 구현모 체제의 새 판이 짜여진만큼 이제는 본격적으로 구현모 사장만의 색깔을 보여줄때이다.
과연 구현모號의 첫 경영행보는 딜라이브 인수를 통해 유료방송 시장에서 확실한 1위로 굳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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