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극우 정당 동맹 소속 주지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을 다녀온 학생들에 대해 국적 불문하고 수업 참석을 금지해달라고 중앙정부에 청원했다.
4일(현지시간) 일간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베네토주(州)와 롬바르디아주, 프리울리 베네치아 줄리아주, 알토 아디제 자치주 등 이탈리아 북부 4개 주 주지사들은 최근 보건부에 공동 서한을 보내 이같이 요청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학교에서의 신종 코로나 전염을 차단하려면 중국을 다녀온 아이들을 국적과 관계없이 무조건 학교에 나오지 못하도록 하고 14일간의 관찰 기간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에서 귀국했다면 바이러스 감염 의심 증상의 유무를 따지지 말고 일괄 격리해 전파를 예방하자는 취지다.
모두 극우 정당 동맹 소속인 이들은 정치적 논쟁을 촉발하거나 특정 인종을 차별·비하할 의도는 전혀 없다면서 단지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특단의 대책이 부재한 현 시점에서 많은 학부모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교육계에선 최근 신종 코로나에 대한 공포심이 퍼지며 아시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차별적 또는 과잉 대응이 논란이 됐다.
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로마의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은 한국·중국·일본인 등의 동양계 학생들의 수업 참석을 원천 금지하고 이달 5일 감염 검사를 통해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학생만 선별적으로 수강을 허용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달 말 수도 로마를 찾은 60대 중국인 부부 관광객 2명이 신종 코로나 감염 확진 판정을 받자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 운항을 전면 금지하는 등의 고강도 조처를 취했다.
다만, 교육 현장에 대해선 정부 차원의 지침을 정하지 않고 학교별 대응에 맡기고 있다.
한편,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4일 신종 코로나에 지나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을 방문한 그는 이날 취재진에 "이탈리아에선 바이러스가 통제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이어 "누구도 바이러스를 이유로 다른 이들에게 차별적 표현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선 학교에서 중국계 학생들의 출석을 막는 등 인종차별적 행태가 곳곳에서 벌어지는 데 대한 우려가 반영된 발언으로 풀이된다.
콘테 총리는 또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은 이러한 비상시국에 평온과 침착함을 유지해달라는 메시지를 던질 의무와 책임이 있다"면서 바이러스 확산을 빌미로 외국인 또는 이주민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부추기는 일부 정치인들의 몰지각한 행태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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