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불황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이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이들 그룹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합니다. 배경을 임원식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너도나도 창립 이래 최대 실적.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은 지난 한 해 '대풍년'을 맞았습니다.
신한금융이 3조4,035억 원, KB금융과 하나금융이 각각 3조3,118억 원, 2조4,084억 원 규모의 순이익을 올렸습니다.
내일(7일) 발표를 앞둔 우리금융 역시 2조 원대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융그룹 4곳의 순이익을 다 더하면 무려 11조 원이 넘습니다.
막판까지 관심을 모았던 이른바 '리딩 뱅크' 경쟁은 신한의 승리로 마무리 됐습니다.
둘 다 2년 연속 순이익 '3조 원 클럽' 달성에 성공한 가운데 해외 사업을 비롯해 비은행 부문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낸 신한이 KB에 한 발 앞섰습니다.
사상최대 실적에 스스로 기분을 낼 법도 한 데 이들 금융그룹들은 애써 자중하는 분위기입니다.
채용 비리에, DLF·라임 사태 심지어 고객 비밀번호 도용 사건까지.
끊임없이 쏟아지는 구설수에 이들의 실적 잔치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갑기만 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DLF 사태나 라임 사태처럼 고객들의 희생과 피눈물을 바탕으로 거둔 성과들이기 때문에 단순히 이익이 많이 났다고 해서 적절한 지 의문이 들고요. 정도 영업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녹록치 않은 올해 영업환경 역시 표정을 어둡게 합니다.
정부의 부동산, 금융투자상품 규제 강화로 대출이자와 수수료로 얻는 이익이 대거 줄어들 전망인 데다
반등 기미를 보이는가 싶던 경기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다시 주춤하면서 시장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입니다.
또 지속되는 소비 위축에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소득이 줄면서 연체율이 오르는 등 대출 건전성에도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인터뷰] 김진상 현대차증권 연구원
"저금리에서 어려움이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단 금리가 비우호적이고요, 은행의 경우 예대율이나 안심전환대출 등 규제 리스크가 있고요."
여기에 성장 둔화의 늪에서 헤매고 있는 카드, 보험업계의 현실 역시 금융권의 올 한 해를 암울하게 할 뿐입니다.
한국경제TV 임원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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