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구가 안 보인다"…LCC 생존위기에 구조조정 본격화되나

입력 2020-02-12 11:20   수정 2020-02-12 14:07

제주항공마저 연간 기준 첫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010년 이후 9년 만이다. 작년 홍콩 시위에 이어 일본 불매운동까지 겹친 데 이어 돌파구로 삼은 동남아 노선에 대한 경쟁 심화에 `직격탄`을 맞은 여파다.

시장에서는 국내 LCC(저비용항공사) 1위인 제주항공 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나머지 LCC들 역시 줄줄이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작년 연간 영업손실 329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이미 실적을 공시한 진에어와 티웨이항공도 각각 490억원, 190억원의 적자를 냈다. 에어부산 역시 비슷한 처지일 것이라는 게 항공업계의 공통된 관측이다.

지난해도 문제지만 올해도 실적 전망이 깜깜하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일본 불매 운동과 환율 및 유가 상승 등의 악재로 타격을 입은 국내 항공사들은 최근 우한 폐렴 사태까지 겹치며 여객 수요가 70%나 급감했다.



특히 LCC들은 작년 일본 여객 수요 감소에 대응해 중화권 노선을 확대했다. 하지만 현재 이 노선 대부분은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운항이 중단된 상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적 항공사 8곳(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포함)의 중국 운항 횟수는 올 1월 초 주 546회에서 지난 9일 주 162회로 급격하게 줄었다.

업황이 갈수록 악화할 것으로 내다보는 항공업계는 저마다 비용절감 방안으로 희망 휴직 카드를 꺼내들었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서울까지 국내 6개 저비용항공사(LCC) 중 네 곳이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여객 수요가 급감한 항공사들이 인건비라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정홍근 티웨이항공 사장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연속된 악재가 겹쳐 퇴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경영 상황이) 어렵다"며 "수입 증대가 어려우면 비용 절감을 통해 수지를 개선해야 하므로 회사는 기재운영과 투자계획을 재조정하고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등 비용 절감에 매진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 대부분이 지출하는 고정비 중에는 인건비가 연료비 다음으로 많이 든다"며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비용 절감을 위한 무급 휴직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LCC들은 올해 상황이 최악으로 여겨졌던 지난해보다 더 안 좋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인수합병이나 시장 퇴출 등 산업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 시장 규모에 비해 LCC가 9개나 있는 것이 과도하다는 판단에서다.

당장 지난해 12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인수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 나머지 LCC 중 대한항공의 계열사인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계열사인 에어서울을 제외하면 티웨이항공,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는 M&A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하던 LCC는 이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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