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코로나19' 책임론에 경제 고통 '심각한 위기'

입력 2020-02-17 07:33   수정 2020-02-17 07:46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초기에 알았을 뿐만 아니라 대처를 지휘하기까지 했다고 시인하면서 시 주석을 향한 대응실패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시 주석이 지난달 초부터 이미 사태 대응을 지시했다며 적극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성난 민심은 오히려 `알면서도 왜 못 막았느냐`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게 서방언론들의 관측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정부가 시 주석이 사태 초기부터 대응을 지시했다고 밝힘으로써 오히려 당국자들의 대처가 부족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求是)는 시 주석의 지난 3일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 연설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당시 시 주석은 자신이 지난달 7일 정치국 상무위 회의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예방하고 통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지난달 23일부터 우한(武漢)과 다른 도시들의 봉쇄를 허가했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이 이런 연설 내용을 공개한 것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정부의 뒤늦은 대응을 비판하는 여론을 수습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질병 확산 초기 대중들 앞에 거의 나타나지 않다가, 상황이 심각해지자 최근 뒤늦게 베이징(北京)의 병원을 방문하고 `인민전쟁`을 강조하는 등 총력전을 지시했다.

공개석상에 그가 나타나지 않는 까닭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바이러스 사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데 있다는 의심을 샀다.

영국 더타임스는 시 주석이 이번 사태에서 일관적이지 않은 태도를 보인다는 점을 지적하며 "다른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시 주석은 성공 사례의 공을 자신에게 돌리고 실패와는 거리를 두고 싶어한다"고 지적했다.

그런 맥락에서 시 주석의 이번 발언 내용 공개는 국내외에서 쏟아지는 책임 회피론을 불식하기 위한 이례적 조치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NYT는 이번 공개 때문에 시 주석이 의도와는 달리 초기 위협에 충분히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노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정치국 상무위에서 사태 관련 언급을 하고도 이후 한동안 침묵을 지킨 점이 부각되는 역효과도 낳았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속 중국 전문가인 주드 블랑쉐는 "`우리는 `운전석에서 졸고 있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하려는 걸로 보이지만 오히려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경고하지 않았다`고 실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NYT는 시 주석의 발언 공개로 당시 국가 지도부가 사태에 관해 정확히 어디까지 파악하고 있었으며, 구체적으로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에 대한 의문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가 직접 지시를 한 점이 알려졌기 때문에 초기 대응 실패의 책임을 지역 당국자들에게 전가하기도 어려워졌다고 NYT는 덧붙였다.

블룸버그 통신은 "시 주석이 8년간 중국을 통치하면서 마오쩌둥 이후 가장 강력한 지도자가 되고 헌법을 개정해 장기집권까지 가능하게 했으나 코로나19의 확산 때문에 그런 전략에 연관된 리스크가 모두 돌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신은 코로나19 사태가 더 악화하고 그로 인한 경제적인 고통이 예상보다 커진다면 시 주석 본인이 비난을 뒤집어써야 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을 소개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경기 둔화, 실업 증가 등 경제적 타격마저 가시화하면 국민의 불만이 폭증해 오랜 고속 성장을 바탕으로 한 중국공산당의 통치 정당성이 심각한 도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최근 들어 코로나19 확산 방지 못지않게 경제 목표 달성에 차질이 없도록 하라는 메시지를 반복해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베이징(北京)에서 방역 현장을 점검하던 중 "전력을 다해 질병 방어·통제 업무를 잘 틀어쥠과 동시에 질병의 경제 영향을 최소화하고 올해의 각 경제사회 발전 목표를 완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이 이처럼 경제 목표 달성을 대외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올해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2018년부터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은 중국 경제에 큰 부담을 줬다.

비록 최근 1단계 무역 합의가 체결됐지만 예기치 못한 `블랙 스완`인 코로나19 출현 사태는 중국 지도부의 경제 운용에 한층 큰 부담을 주게 됐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중국 당국이 극단적인 유동 인구 감소 정책을 펴면서 소매판매, 호텔음식, 교통운송, 영화, 유통, 자동차, 전기전자 등 거의 전 업종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의 작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1%로 1990년 이후 2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훨씬 상황이 나빠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코로나19 사태 전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이 6.0%가량의 경제성장률을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봤지만 최근 들어서는 대부분 기관이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5.2%로 내다봤다. UBS와 무디스는 각각 5.4%와 5.3%를 제시했다.

올해는 중국공산당이 제시한 `전면적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건설의 마지막 해라는 점에서 시 주석이 조바심이 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과거 중국공산당은 2020년 국내총생산(GDP)을 2010년의 두 배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렇게 보면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했을 때 중국은 올해 최소 5.6%의 경제성장률 목표를 반드시 달성해야만 한다.

2021년은 창당 100주년이 되는 해로 중국공산당에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의미가 있는 해라는 점에서 올해 5.6%의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의 절박함은 더욱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중국에서 경제 발전 목표 달성이 중요한 것은 부자부터 가난한 사람에게까지 혜택이 고루 미친 고도의 경제 발전이 빈부 격차 확대 와중에서도 중국공산당의 통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최대의 정치적 자산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을 철저히 막으라는 지시와 경제 성장 목표를 지키라는 지시는 실질적으로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각 현장에서는 큰 혼란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연장된 춘제 연휴 이후 이달 10일부터 정식으로 대부분 기업이 업무를 재개했지만 많은 기업 임직원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강제 격리로 출근하지 못하는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또 영화관 등 많은 분야 기업이 언제 업무를 재개할 수 있을지 기약하기 어렵다.

사무직 회사원들은 부분적으로 자택 근무라도 할 수 있지만 생산직 회사원들은 여전히 제대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정부 지도자들은 코로나19 확진자를 줄리라는 위생(보건) 당국의 지시와 공장과 회사 등 운영을 최대한 빨리 재개해 경제를 회복시키라는 경제 당국의 지시 사이에서 연일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셈이다.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은 "질병 확산 방지와 경제 발전이라는 목표를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이미 중국 거시경제 운영의 주요 모순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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