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가운데 15명이 대구에 있는 한 신천지교회에 다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내에서도 첫 `슈퍼전파` 사례가 나왔다.
19일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31번 환자가 증상 발현 전후 4번 방문한 교회에서 집단으로 감염자가 나왔다. 국내서 10명 이상의 집단감염이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대본은 한 장소에서 여러 명의 환자가 발생한 만큼 교회 감염자들을 `슈퍼 전파` 사례라고 인정했다. 다만 교회에서 발생한 확진자들의 공통 감염원이 31번 환자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발생한 신규환자는 총 20명으로 슈퍼전파 사례를 포함한 18명은 대구·경북에서 나왔다. 나머지 2명은 각각 서울과 수원에서 나왔다. 수원에서 발생한 환자는 20번 환자의 딸인 11세 초등학생으로 국내 확진자 가운데 가장 어리다.
◇ 31번 환자, 교회 4차례 방문…"추가 확진자 나올 수 있어"
중대본은 이날 31번 환자(61세 여성, 한국인)가 다닌 교회에서 발생한 신규환자 14명은 `슈퍼 전파` 사례라고 판단했다. 다만 31번 환자가 다른 환자 14명을 모두 감염시킨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은경 중대본 본부장은 `대구 교회 사례를 슈퍼 전파라고 봐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31번 환자를 포함해 (오전 기준) 10명이 교회와 관련된 사례기 때문에 뭔가 슈퍼전파 사건은 있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31번 환자는 증상이 있던 이달 9일과 16일 대구 남구 소재 교회(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다대오지파대구교회)에 2시간씩 방문했다.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감염된 상태였던 잠복기에도 2차례 교회에 갔다.
이 교회 건물은 9층짜리며, 소속된 신도는 9천명가량이다. 16일의 경우 31번 환자는 460여명의 신도가 함께 예배를 올렸다.
정 본부장은 "31번 환자가 언제, 어떤 층에서 예배를 봤는지 등 광범위한 조사를 진행해 유행의 전파 양상을 분석할 예정"이라며 "아직 31번 환자가 (다른 환자들의) 감염원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중대본은 14명 이외에도 교회에서 추가 확진자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특별대책반을 꾸려 교회 신도들에 대한 선별검사 등을 시행할 예정이다.
정 본부장은 "방역관 3명, 역학조사관 5명, 행정인력 등 15∼18명을 대구에 파견하는 등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추가 양성자(확진자)자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교회 전체에 대한 선별검사, 진단검사를 시행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31번 환자의 감염경로는 불분명한 상태다. 31번 환자도 교회에서 감염됐을 가능성도 있다. 중수본은 17번 환자(38세 남성, 한국인)가 대구에 다녀간 만큼 두 사람이 만난 적이 있는지도 추적했지만, 위성항법장치(GPS) 확인 결과 두 사람이 접촉한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 11세 초등학생 최연소 확진…40번 환자 등 감염경로 파악중
중대본은 이날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환자 20명에 대해 32∼51번 `환자 번호`를 부여하고, 나이와 성별 등을 공개했다.
첫 어린이 환자인 32번 환자(11세 여아, 한국인)는 20번 환자(42세 여성, 한국인)의 딸이자 15번 환자(43세 남성, 한국인)의 조카다.
15번 환자의 접촉자로 분류돼 이달 2일부터 자가격리에 들어갔고, 전날 객담(가래) 등 증상이 나타나 검사를 한 결과 양성으로 확인됐다. 현재 분당서울대병원에 격리 입원 치료 중이다.
이 환자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지난달 3일부터 방학 중이어서 학교에서 접촉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33∼51번 환자 중 40번을 제외한 18명은 대구·경북 지역(대구 15명·경북 3명)에서 발생했다.
1명(33번 환자)은 31번 환자가 입원했던 한방병원(새로난한방병원) 직원이다. 현재 대구의료원에 격리돼 입원치료 중이다.
14명(34~36·39·41∼45·47∼51번 환자)은 31번 환자와 같은 교회를 다닌 사람이다. 이들 대부분은 31번 환자가 확진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검사를 받았다.
나머지 3명(37·38·46번 환자)은 아직 31번 환자와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았다. 중대본은 당초 37번 환자(47세 남성, 한국인)가 31번 환자와 같은 교회를 다녔다고 밝혔지만, 이날 오후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아 조사하고 있다고 정정했다.
서울에서 발생한 40번 환자(77세 남성, 한국인)는 앞서 발생한 29·30·31번 환자와 마찬가지로 해외여행력이 없다. 현재까지 다른 확진자와 접촉한 이력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달 11일부터 기침 증상이 발생했고 전날 한양대병원을 방문했다. 영상검사상 폐렴 소견이 확인돼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이날 양성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립중앙의료원에 격리돼 입원치료 중이다.
정은경 중대본 본부장은 "(오전 기준 신규환자) 15명은 대부분 발열이나 근육통, 인후통, 두통, 오한, 기침, 가래 등 코로나19를 의심할만한 증상이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 29·30·31번 감염경로 여전히 미궁…"취약계층 위험, 병원감염 차단에 총력"
29·30·31번 환자의 감염경로는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서울 종로구 주민인 29번(82세 남성, 한국인) 환자는 기존에 종로구에서 발생했던 확진환자들과 동선이 겹치는 부분이 없다.
정 본부장은 "29번 환자가 노인복지회관 등 방문장소에서 기존 확진자의 접촉자들과 만났는지 알아보기 위해 명단 대조를 해왔고, (6번 환자가 다녀갔던) 종로구 명륜교회 신도들과 접촉했는지 확인하고 있으나, 아직 감염원으로 확인되는 사람은 없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31번 환자도 언제, 누구로부터 감염됐는지를 확인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정부는 환자의 임상적·역학적 특성을 고려할 때, 코로나19가 사스나 메르스보다 전염력은 높지만, 치명률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밝히고 있다. 사스가 10%, 메르스가 30%인데 반해, 코로나19는 중국 후베이성 이외의 지역에서 0.2∼0.4% 수준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노인 등 취약계층에게 번질 때의 위험성은 간단하게 판단할 수 없는 문제다.
정 본부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사망자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면역이 취약하고 기저질환이 있는 분, 연세가 많은 노인이 감염됐을 때는 위중도가 올라갈 수 있다"며 "병원 내 감염을 차단하는 것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감염병 위기 경보를 현행 `경계`에서 `심각`으로 높이는 방안은 유보했다.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환자가 발생한 대구와 종로구에서의 역학조사를 마친 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