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에 수용시켜라"…우한탈출 자국민 향해 돌 던진 우크라 주민들

입력 2020-02-21 23:1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이송된 사람들의 수용을 반대하는 우크라이나 마을 주민들이 이송자들을 태운 버스에 돌을 던지고 경찰과 충돌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우크라이나 우니안 통신 등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중부 폴타바주의 노비예 산좌리 마을 주민 수백명은 이송자들의 격리 수용에 항의하며 거센 시위를 벌였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으로부터 자국민 45명과 외국인 27명 등 72명을 자국으로 이송시켰다.
우크라이나인 가운데는 8살 아들을 둔 가족, 젊은 부부, 20대 학생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이날 노비예 산좌리 마을에 있는 국가근위대(내무군) 의료센터에 격리됐다.
하지만 이 소식이 알려진 전날부터 현지 주민들은 바이러스 확산이 우려된다며 격리 지역 진입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타이어를 불태우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사태를 진정시키려고 출동한 경찰 수백명과도 충돌했다. 한 시위자는 차를 몰아 경찰이 설치한 통제선을 들이받으려고도 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송자들을 태운 버스 6대가 격리 지역으로 들어가자 주민들은 돌을 던지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시위에 참여한 주민 유리 주벤코는 "우크라이나에 50명을 수용할 수 있으면서, 주민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을 만큼 외진 곳에 있는 다른 마을은 없는가?"라며 반발했다.

일부 시위자들은 이송자들이 1986년 원전 폭발 사고가 일어난 체르노빌에 수용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일부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직접 이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현지 경찰은 이날 충돌 사태로 경찰관 9명과 민간인 1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장에서 과격 시위자 24명을 체포해 연행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송자 전원이 비행기 탑승 전 두 차례 바이러스 검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아르센 아바코프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시위 현장을 찾아 "도발에 속아 넘어가지 말고 일시적 조처의 필요성을 이해해달라"고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을 통해 당국은 바이러스가 우크라이나에 퍼지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조처를 다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언급하고 싶은 다른 위험이 하나 있다"며 "그것은 우리 모두 인간이자 우크라이나 국민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이라며 시위자들에게 자제를 당부했다.
하지만 주민뿐 아니라 지역 당국자들도 이송자 수용을 반대하고 나섰다.
노비예 산좌리의 자치구 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이송자들의 격리를 계속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목숨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없으며, 고위 당국자들은 중국 출신자들이 이곳에 못 오도록 긴급히 조처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저항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21일 경제 관련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다시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유럽이라고 계속 얘기해 왔지만 유감스럽게도 어제 일부 사건에서 우리는 중세기 유럽처럼 보였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정부 당국은 200여명의 경찰과 내무군이 24시간 격리 시설을 경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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