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5일 한국과 중국 등에 대한 입국 규제라는 강수를 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이 취소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이날 저녁 코로나19 대책회의에서 ▲ 한국·중국 입구자 2주간 지정장소 대기 ▲ 한국·중국 출발 항공기 나리타·간사이공항 한정 ▲ 한국과 이란 내 입국 거부 지역 일부 추가 등의 입국 규제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일본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날 1천명을 넘어섬에 따라 `미즈기와`(水際) 대책을 대폭 강화한 셈이다. 미즈기와 대책은 입국하는 관문인 공항이나 항만에서 검역 등을 통해 전염병의 역내 유입을 차단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까지 집계된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057명 사망자는 13명이다.
야마구치현 등 그동안 감염 사례가 없었던 지역에서 연달아 확진자가 나오는 등 이미 일본 전역이 비상이다.
일본 언론은 아베 정부의 코로나19 대처에 물음표를 달고 있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감염자 현황과 방역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감염자 동선이나 이동 경로를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최근 일본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휴지 사재기와 같은 `패닉 사태` 역시 정부에 대한 일본인들의 불신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7일 저녁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초중고 임시 휴교를 전국에서 일률적으로 시행해 달라고 전격 요청한 뒤 상당한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이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휴교 효과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고 측근들하고만 상의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까지 일률적으로 휴교토록 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강해지면서 시마네(島根)현 등 일부 지자체는 아베 총리의 휴교 요청에 응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일부 언론의 비판 목소리와 더불어 논란이 커지자 지난달 28일 중의원 예산위에서 "(감염이) 확산하고 나서는 이미 때가 늦게 된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지만 전면 휴교 결정의 구체적인 동기를 밝히지 않았다.
논란이 이어지자 아베 총리는 지난달 29일 저녁 관저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한 첫 기자회견을 열어 "무엇보다 어린이의 안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내린 결단이었다"고 전 국민 앞에서 다시 해명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이 향후 1~2주일을 코로나19가 확산할지를 판가름할 중요한 고비로 보고 있는 점을 들어 자신이 총리로서 책임을 지고 만전의 대응을 하겠으니 협조해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마이니치신문 등 주요 매체는 아베 총리가 기자회견에서도 "아이들의 집단감염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그렇게 판단한 근거를 밝히지 않았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총리는 그동안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던 전면 휴교 요청의 근거로 100여년 전인 1918년 발생해 2년 동안 전 세계에서 2천500만~5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 인류 최대 재앙으로 불리는 `스페인 독감`을 거론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야당인 공산당의 고이케 아키라(小池晃) 서기국장이 같은 자리인 전날의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일제 휴교의 과학적인 근거를 묻자 "이곳(학교)은 집단 감염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확실하게 말하기 어려워 유효한 조치라고 봤다. 정치적 판단이다"라며 "감염자가 나오고 나서는 늦는다"고 기존 견해를 반복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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