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먼데이' 코스피 4.2% 폭락…외국인 하루 새 1.3조 팔았다

입력 2020-03-09 16:00   수정 2020-03-09 16:04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더믹(세계적 대유행) 공포가 다시 부각하며 9일 코스피가 4% 넘게 폭락했다.
코스피는 2거래일 연속 하락해 1,960선 아래로 후퇴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5.45포인트(4.19%) 내린 1,954.77로 마감했다.
이는 종가기준으로 2019년 8월 29일(1,933.41) 이후 최저 수준이다.
지수는 전장보다 59.20포인트(2.90%) 내린 1,981.02에서 출발해 낙폭을 키웠다. 장 한때 1,95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1조3천121억원, 407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1조2천744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8.12포인트(4.38%) 내린 614.60으로 종료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11.59포인트(1.80%) 내린 631.13으로 개장해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개인이 2천155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1천392억원, 기관은 599억원을 순매도했다.
◇ 에너지 정크등급 우려↑…채권시장 공포로 확산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20% 이상 하락하며 배럴당 30달러까지 추락하자, 에너지 관련 투기 등급 회사채 가격이 폭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채권시장의 공포로 확산하고 있다.
벨란데라 에너지의 마니시 라즈 수석 재무 책임자는 마켓워치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와의 감산 합의 불발은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결렬은 전형적인 게임이론의 결과"라며 "어느 한쪽이 물러나면 양측이 이기지만, 어느 한쪽도 물러서지 않으면 둘 다 지는 게임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가 유가 폭락이 미국의 생산 붕괴로 이어져 자국의 점유율을 높일 것에 베팅하고 있지만, 2014년에 그러한 베팅이 실패한 적이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는 가격 방어 대신 시장 점유율 방어에 나서기로 결정했고 이는 되레 미국 생산업자들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었다고 라즈는 지적했다.
미국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2월 28일로 끝난 한 주간 역대 최대인 하루 1천310만배럴까지 증가했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감산으로 유가를 방어하는 동안 미국의 석유 생산량은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이 때문에 러시아의 감산 거부는 미국 셰일 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라보뱅크의 리안 피츠마우리스 원자재 전략가는 미국 셰일 및 천연가스 시추업체들이 최근 유가가 하락하기 이전부터 심각한 재정 압박에 직면해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탐사와 석유 생산 업종의 주가는 사상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라며 "이는 높은 부채 수준, 자유로운 현금 흐름 창출 부족, 극단적인 투자심리 악화 등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피츠마우리스는 "러시아가 미국의 셰일 산업에 최종적인 타격을 가하기 위해 저유가시기를 기꺼이 감내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석유 수요가 코로나19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원유 시장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는 점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이번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최소 0.1%포인트, 최대 0.4%포인트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영국의 경제 분석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올해 전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3%에서 1.1%로 낮췄다.
전 세계 공장이 문을 닫고 소비자들이 이동을 자제하면 원유 소비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IHS 마켓 OPIS의 톰 클로자 에너지 분석 헤드는 마켓워치에 공급 측 문제와 함께 원유 수요 파괴가 "유례가 없는 수준"이라며 코로나 확산으로 세계 경제가 타격을 입고 그로 인해 유가 수요도 타격을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코로나 19 확진자수는 10만9천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3천800명을 웃돈다. 이탈리아의 하루 확진자수가 1천500명에 육박할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프랑스와 독일의 신규 확진자수도 하루 200명을 웃돌고 있다.
IHS 마킷은 올해 1분기 세계 원유 수요가 하루 9천600만배럴로 1년 전보다 하루 380만배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IHS마켓은 이번 분기 수요 감소율이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IHS 마켓의 마셜 스티브스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산유국들이 하루 150만배럴 추가 감산했더라도 이는 코로나에 따른 수요 감소분의 일부를 해소하는데 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브스는 "중국 수요 손실분이 하루 400만배럴을 넘어서고, 사람들의 이동 제한과 경제활동 축소로 항공유와 휘발유에 대한 수요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에서 최저 20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스티브스는 "러시아가 없다면 유가가 30달러를 밑도는 것은 물론, 2016년 저점인 26.05달러(WTI 기준)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JP모건 마켓 인텔리전스의 저자였던 바이털날리지의 아담 크리사풀리 창립자는 일요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원유산업은 "신용과 고금리 채권시장의 팡(FANG : 대형 기술주)과 같다"라며 "미상환 부채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그만큼 원유 관련 기업들이 고금리 회사채 시장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의미다.
그는 "결과적으로 유가 폭락이 지난 72시간 동안 채권시장을 크게 강타했으며 이것이 전반적인 시장 패닉을 악화했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기업은 미국 고금리 회사채 시장에서의 비중이 11%를 웃돌 정도로 상당한 규모를 차지한다.
CNBC에 따르면 에너지 관련 기업에 종사하는 댄 피커링은 지난 6일 트위터를 통해 "만기가 약간 더 남았지만, 현 환경이 2020년까지 지속하면 2021년과/2022년은 (회사채 시장에) 아마겟돈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비단 에너지 회사채만의 문제가 아니다.
S&P500지수에서 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비중은 4.4%에 그치지만, 정크본드 ETF에서 에너지 관련 회사채 비중은 11%에 달한다.
에너지 산업은 은행은 물론 각 지역 산업과도 크게 연계돼 있다.
캐피털 IQ에 따르면 상장된 원유 및 가스 업체에 종사하는 사람만 70만명에 이른다. 이는 비상장 업체에 종사하는 수백만 명의 인력은 제외한 것이다.
한 익명의 미 에너지 분야 경영진은 CNBC에 모든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다음날 출근해 모든 시추 활동을 중단한다고 선언해 (원유) 공급을 축소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CNBC는 그의 조언이 극단적으로 들리지만, 그만큼 미국이 하루 수백만배럴을 줄이지 않는다면 쉽게 유가가 20달러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이자 이를 담보로한 부채가 더이상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라고 경고했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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