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화약고' 된 구로 콜센터…6일전 의심증상→출근, 마스크도 안 써

입력 2020-03-10 17:02   수정 2020-03-10 17:05


지금까지 코로나19 확진환자가 64명 나왔고 당분간 그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서울 구로구 소재 콜센터가 `감염 온상`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열악한 근무 여건과 근로 실태였다.
1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방역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이 콜센터에서 일하는 일부 직원은 이달 4일부터 의심증상이 나타났는데도 계속 출근해 동료들과 나란히 근무했다.
이 콜센터 11층은 메타넷엠플랫폼이 에이스손해보험사의 콜센터 업무를 위탁받아서 전화응대를 하는 공간이었는데, 여기에만 207명이 근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콜센터의 업무여건은 몸이 건강한 사람에게도 가혹하다. 사람들이 1m도 채 안 되는 좁은 간격으로 다닥다닥 붙어서 앉아 일할뿐만 아니라, 쉴 새 없이 마이크에 대고 통화를 하면서 모니터를 쳐다보고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감염의 핵심 경로인 `밀접 접촉`과 `비말 전파`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기에 알맞은 여건이다. 마치 신천지 집회나 교회 예배 등에서 감염 위험이 높은 것과 같은 이치다. 코로나19 감염을 줄이기 위한 `거리두기`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이 콜센터에서 처음으로 확진된 직원은 점심 먹을 시간조차 넉넉하지 않아서 거의 매일 사무실 내에서 30분만에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직원과 함께 사무실 안에서 도시락으로 식사한 동료도 나중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10일 브리핑에서 "밀집 사업장 감염 위험은 요양병원, 요양시설 못지않게 높기 때문에, 관련 지침을 재검토하고 필요한 부분은 중앙방역대책본부와 협의해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노동을 해야 했던 점도 문제다. 이곳 직원 중 처음 확진 판정을 받은 57세 여성은 6일 오후 4시께 직장에서 근무하던 중 기침과 오한 증상이 나타났으나 그로부터 4시간 이상 지나서야 귀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확진자는 처음 증상을 느끼기 하루 전날인 5일에는 오전 9시부터 종일 직장에 체류하기도 했다.
이렇게 자신이 코로나19 환자인지 깨닫지 못하고 긴 시간 직장에 머무르다 보니 주변 동료들도 감염시킬 공산이 매우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재택근무를 하도록 하는 기업들이 많지만, 콜센터들은 그렇게 할 수 있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상담원들이 고객 정보를 전산시스템에서 불러와서 열람하면서 응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재택근무로 전환할 경우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들만 고객상담원이 쓸 수 있는 재택근무 보안솔루션 등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영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홍보관리반장은 10일 브리핑에서 "사업장 내 사람 간 간격과 밀집도를 최대한 떨어뜨리기 위해 유연근무제, 재택근무를 권고하고 공공기관부터 이를 지켜나가는 중"이라며 "감염병 확산이 근로자와 이용객뿐 아니라 사업주 입장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이 부분을 지켜달라고 독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로구 콜센터 직원 첫 확진자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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