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뉴욕증시가 미국 정부의 재정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에 반등했지만, 재정부양책 약발은 채 하루를 넘기지 못했습니다. 오늘 증시는 미국의 재정부양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3대 지수 모두 일제히 하락 출발했는데요. 여기에 장중 WHO에서 코로나19를 팬데믹으로 공식 선언하면서 가뜩이나 위축된 투심을 더 끌어내렸습니다. 다우 지수의 경우 장중 한때 1,600포인트까지 빠지면서 휘청거렸습니다.
시장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을 주시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부양책을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전날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남은 기간 동안 급여세를 완전히 면제하는 적극적인 정책 시행을 주장하고 있는데요. 막상 이렇다 할 진전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이 실망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부양책이 추진된다고 해도 민주당이 대거 포진되어 있는 하원의 통과 여부도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언제 도입될지 또한 미지수입니다. 반면에 세계 각국에서는 부양책 도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영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50bp 긴급 인하하면서 중소기업 대출 지원 제도를 도입했고, 내일 예정된 ECB 통화정책회의에서는 라가르드 총재가 부양책을 꺼내 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편, 오늘 증시는 WHO가 뒤늦게 코로나19를 팬데믹으로 공식 인정하면서 낙폭을 더욱 확대했습니다. 사실 이미 시장에서는 팬데믹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에 외신들은 '팬데믹 선언'보다는, 미국의 경기부양 기대감이 꺾이면서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경제지표는 양호했는데요. 2월 소비자물가 지수가 지난달 대비 0.1% 오르면서 예상치를 웃돌았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결되기 전까지 증시가 불안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골드만 "美 강세장 끝나가…15% 더 떨어질 것"
골드만삭스가 "뉴욕증시는 2008년 금융위기 쇼크에서 회복한 이후부터 11년간 이어진 강세장이 곧 끝날 것이고, 주가 또한 지금보다 15% 더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CNBC 보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전략가는 "연준의 기록적인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2분기와 3분기 기업 실적이 붕괴하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주장했는데요.
코스틴 전략가는 "11년간 연평균 11%의 순익 증가와 연평균 16% 지수 상승 이후에, S&P500 지수의 강세장은 곧 끝날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최근 몇 주간 주식 비중을 줄였지만, 증시는 아직 조정될 여지가 더 남아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중반 S&P500 지수가 2,450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이는 어제 종가 기준 15% 더 하락한 수준입니다. 이미 S&P500 지수가 코로나19 사태로 14% 빠졌기 때문에, 코스틴 전략가의 예상이 적중한다면 올해 상반기에만 무려 30% 폭락하게 되는 겁니다. 코스틴 전략가는 투자자들에게 우량 대차대조표 기업에 대한 투자로 노선을 변경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한국의 경제 성장률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요. 보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가 2월부터 소비와 서비스 부문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올해 GDP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인 1.6%에서 1%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1분기 민간 소비 부문은 2015년 메르스 때보다 2배나 위축됐다"면서 "2분기에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상품 중에서 의류와 신발 등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다만 "한국은 추가적 예산안을 비롯해 여러 정책을 통해서 경기침체를 피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낙관적인 발언도 내놨습니다.
美 재무부, 세금 납부기한 연기 검토 중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증시가 폭락세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트럼프 행정부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올해 세금 납부 기한을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오늘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국세청이 세금 납부를 벌금이나 이자 없이 연기할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권의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원래 매년 4월 15일까지 세금 납부를 하지 못한 미국 기업과 가계에 대해서는 체납 벌금과 연체 이자가 부과되는데, 이를 연기하는 방안을 건의하겠다는 겁니다.
므누신 장관은 모든 개인이 온라인으로 세금 납부 연장을 요청할 수 있다면서, 이번에 건의하게 되는 특별 조항은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중소기업과 개인들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이 연장 조치가 대기업이나 부유한 미국인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는데요. 하지만 소득이나 자산 한도선에 관해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기 때문에 사실상 최상위 계층 이외의 모든 미국인이 해당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보고 있습니다.
므누신 장관은 "이번 건의가 통과되면 2000억 달러 규모의 자본을 경제에 투입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매우 큰 경기 부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방안이 일종의 단기대출 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 "얼마나 오랫동안 연기할지, 어떤 계층이 혜택을 받을지에 대해서 재무부가 분석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편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국적 비상사태' 선포를 요청했고, 연방재난관리처가 주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400억 달러를 지원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에 대대적인 진화 작업에 나섰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