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날씨 변수`에 관심이 쏠린다.
코로나19는 신종 바이러스인 까닭에 아직 많은 부분이 `공란` 또는 `세모`로 남아있다. 하지만 계절 독감처럼 가을, 겨울에 맹위를 떨치다 물러날 수 있다는 기대섞인 전망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인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2002년 11월 중국 광둥지역을 중심으로 시작됐다가 이듬해 7월초 종식 선언된 사실에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달 10일(현지시간) 주지사들과의 비즈니스 세션 행사에서 코로나19와 관련 "일반적으로 4월에는 사라질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말해서 열기가 이러한 종류의 바이러스를 죽인다"고 말했다.
우한, 밀라노, 시애틀 등 코로나19가 덮친 몇몇 도시들에서 적당한 습도와 5∼11℃ 범위의 겨울 기온이라는 유사점이 있었고, 이들 도시보다 더 덥고 습한 방콕, 베트남 등지에서는 급속한 지역사회 감염 확산은 없었다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사람들이 날이 풀리면 실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일반적인 경향도 감염 확산 속도를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견해 역시 존재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해외 전문가, 외신 등은 `날씨 변수`에 대해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다.
WHO는 최근 홈페이지 코로나19 항목의 `미신 깨기(Myth busters)` 코너에 올린 글에서 "지금까지의 증거로 미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무덥고 습한 지역을 포함한 모든 지역에서 전염될 수 있다"고 밝혔다.
WHO는 "기후에 관계없이 코로나19 발병이 보고된 지역에 살거나 여행한다면 보호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11일 보도된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코로나19의 확산 가능성이 계속 있다고 추정해야 한다"며 "독감처럼 여름에 사멸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헛된 희망(false hope)`"이라고 강조했다.
AP는 `더위가 신종 바이러스의 확산을 멈추게 할 것인가. 아니다 아무도 모른다`는 제목의 11일 자 기사에서 작년 12월 말 최초 식별된 코로나19가 날씨가 더워지면 약화하기 시작할 것임을 보여주는 데이터가 없다고 지적했다.
AP에 따르면 싱가포르국립대 감염병 분야 선임 고문인 데일 피셔 박사는 "(코로나19가) 몇 년 동안 전 세계에서 발병한 뒤 독감처럼 정착할지 모른다"며 "코로나19에 대한 자연적인 면역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날씨가 어떻던 간에 관계없이 우리는 훨씬 더 취약하다"고 말했다.
벤저민 카울링 홍콩대 보건학부 유행병학·생물통계학과 학과장은 AP와의 인터뷰에서 "여름에 코로나19가 종식될 것으로 확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전파 속도가 둔화할지는 모르지만 멈추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따뜻한 날씨가 코로나바이러스를 억제할까? 전문가들이 말한다`라는 제목의 13일 자 기사에서 기후가 변수가 될지에 대해 "지금으로선 그것을 알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라고 썼다.
다만 이 통신은 WHO 당국자들의 지난 5일 발언을 인용, 기온이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믿을 이유는 없지만 그 주제는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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