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침체 확률 80%"…한국 무역 '빨간불' 불확실성 최고조

입력 2020-03-15 08:2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한국 무역에 미치는 악영향이 본격화되고 있다.
2월에 이어 3월 초에도 일평균 수출이 감소했고 기업들은 국내에 발이 묶이면서 새로운 거래처 발굴이나 수출선 다변화에 제약이 생겼다.
여기에 전체 수출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미국, 중국, 일본의 경기 위축 가능성이 점차 커지면서 한국 수출의 회복세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14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 수출은 15개월 만에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5% 반등했지만, 조업일수를 배제한 일평균 수출은 11.7% 하락하며 한 달 만에 다시 마이너스가 됐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중국으로의 수출이 6.6%(일평균 기준 -21.1%) 줄어든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달 1∼10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9% 늘었으나 일평균 수출은 2.5% 감소했다. 올해 3월은 지난해보다 조업일수가 1.5일 더 많았다.
그래도 전월과 비교하면 전체 수출 증가율은 더 가팔라졌고 일평균 수출 감소 폭은 다소 완화됐다.
그렇다고 열흘간의 수치만 보고 이달 수출을 낙관하기는 이르다.
코로나19가 중국과 주변국을 넘어 북미, 유럽 등지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1일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을 선언했다.

중국 경기상황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인 구매자관리자지수(PMI)는 2월 사상 최저치 기록했다.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은 2월 제조업 PMI는 35.7, 서비스업 PMI는 30 미만으로 폭락했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주요 경기예측기관들은 올해 1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은 코로나19로 인해 7월 개막할 예정인 도쿄올림픽 파급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도쿄올림픽추진위원회는 올해 도쿄올림픽이 열리면 가계소비 지출이 약 5천616억엔 확대되겠다고 봤으나 현지 경제분석기관들은 이 같은 전망치를 축소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코로나19가 일본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2천500억∼2조엔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발원지인 중국에서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미국에서도 코로나19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코로나19가 금세기 가장 심각한 위기가 될 수 있다면서 미국이 침체에 빠진 확률이 80%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관련해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미국, 일본이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기준 43.8%에 달한다.
국내 개별 기업의 무역 여건도 크게 악화됐다.
14일 오후 6시 기준 한국으로부터의 입국을 막거나 입국 절차를 강화한 곳은 131개 국가·지역으로 집계됐다.

WHO가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팬데믹을 선언한 이후 한국발 입국을 제한하는 곳이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 밖을 나가기 어렵게 됐을뿐더러 해외 주요 전시회도 잇달아 취소되자 기업들은 화상상담을 통해 바이어와의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
코트라(KOTRA)와 한국무역협회는 기업의 화상상담 지원을 확대하고 필요한 경우 현지 무역관이 업무를 대리 수행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일부 기업은 이를 통해 어렵게나마 거래 계약을 성사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임시방편일 뿐 신규 거래를 발굴하거나 거래선을 개척하는 데는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 무역업계 관계자는 "기존 거래처 관리와 신시장·신규 거래 개척을 위해서는 자주 거래처를 찾고 돌아다녀야 하는데 이런 기본적인 활동마저 어려워졌다"며 "여러 가지로 불확실성이 최고조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수출기업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해외 신규 투자와 교역량 감소 등이 예상된다"며 "내부적으로 사업 환경 악화 가능성에 대해 예의주시하면서 비상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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