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17일(현지시간) 외국인의 필수적이지 않은 EU 여행을 금지할 예정이라고 AP, AFP 통신 등이 전했다.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유럽 각국에서 급격히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 대응책 논의를 위해 열리는 이날 화상회의에서 전날 EU 집행위가 제안한 30일간의 EU 여행 금지 방안을 승인할 계획이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전날 "나는 각국 정상과 정부에 EU로의 필수적이지 않은 여행에 대한 일시적인 제한을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면서 "이 같은 여행 제한은 초기 30일간 가동돼야 하며, 필요에 따라 연장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고국으로 돌아오는 유럽 시민에게는 적용되지 않으며, 장기 EU 거주자, EU 회원국 국민의 가족, 외교관, 의사,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하는 연구자, 상품 운송 인력 등도 면제 대상이라고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을 밝혔다.
한 EU 관리는 이번 금지 조치는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아일랜드를 제외한 26개국과 노르웨이, 스위스,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 솅겐 협정에 가입된 4개 EU 비회원국 등 30개 국가를 아우르게 될 것이라고 로이터에 설명했다.
솅겐 협정은 유럽의 국경 간 자유 이동 체제로,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22개국을 비롯해 비회원국인 노르웨이, 스위스 등 유럽 26개국이 가입돼 있다. 솅겐 지역에서는 국경 통과 시 여권 검사 등을 생략해 가입국 간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아일랜드와 영국, 다른 비(非)EU 국가들도 함께 하는 것을 독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연설에서 EU와 솅겐 지역 입국 금지가 17일 정오부터 발효될 것이라면서 이 같은 결정이 EU 정상들 사이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다만 이에 대해 EU 관리들은 즉각 확인하지 않았다고 dpa통신은 전했다.
EU 외부 국경을 닫는 입국 금지는 EU 역사상 유례없는 것이다.
이는 일방적 조치는 안 된다는 EU 집행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각 회원국이 협의 없이 잇따라 내부 국경 통제를 강화하며 서로 빗장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단합되고, 조율된 대응을 보여주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물자와 사람의 회원국 간 자유로운 이동은 EU의 핵심 성취로 꼽힌다.
그런 상황에서 회원국 간 내부 국경 통제는 EU 자체에 위협이 될 뿐 아니라 코로나19를 늦추는 데 필요한 의료 장비를 생산하기 위한 물자 이동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EU가 극약 처방을 내놨다는 평가다.
이번 코로나19에 대한 EU의 대응은 지난 10여년 사이 EU 회원국 간 연대와 EU가 모든 EU 시민을 보호할 것이라는 생각을 시험대에 올려놓은 3번째 사건이라고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10여년 전 세계 금융 위기와 2015년 유럽 난민 위기 당시에도 각 회원국이 자국의 이익과 자주성을 보호하려 하면서 EU 차원의 공동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은 좌절됐고, 이는 EU 전역에 걸쳐 반(反)EU 정치 세력이 강화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현재도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산이 가장 심각한 이탈리아 관리들은 다른 EU 회원국들로부터 아주 적은 지원밖에 받지 못했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