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리시차, 마스크 쓴 채 공연 도중 '오열'…한때 공연 중단

입력 2020-03-23 22:01  


`피아노 검투사`라 불리는 피아니스트 발렌티나 리시차(47)가 공연 도중 오열해 연주가 한동안 중단됐다.
23일 공연기획사 오푸스에 따르면 리시차는 전날 오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내한 리사이틀에서 정규 프로그램 마지막 곡인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를 연주하는 도중 눈물을 흘리며 연주를 멈췄다. 3악장과 4악장을 넘어가는 부분이었다.
리시차는 공연기획사 오푸스를 통해 "갑자기 86세이신 고령의 어머니가 떠올랐다"며 "코로나 19 때문에 계속 안 좋은 상황이 발생하고 있고, 여기 와주신 관객들도 모두 마스크를 낀 채로 있는 것이 제 마음을 건드렸다. 곡도 공감을 일으키는 곡이라 감정이 복받쳐 연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리시차는 `함머클라비어`를 끝내 완주하지 못했다. 하지만 눈물을 닦고 3분여 만에 복귀해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14번 `월광`을 포함해 쇼팽, 리스트, 라벨, 라흐마니노프의 작품을 앙코르곡으로 연주했다. 전체 공연 시간만 2시간 30분에 달했다. 이 가운데 앙코르곡 연주 시간은 50분 정도였다.
그는 "달빛이 사람들을 따뜻하게 비추고 감싸주는 것처럼 사람들을 감싸주고 싶어 월광을 (앙코르곡으로) 연주했다"고 설명했다.
앞선 정규 프로그램은 오롯이 베토벤의 작품으로만 꾸며졌다. 피아노소나타 17번 `템페스트`와 23번 `열정`, 29번 `함머클라비어`를 연주했다.
이날 공연에선 2천500여석 가운데 900여석이 찼다. 관객뿐 아니라 연주자도 마스크를 차고 리사이틀을 진행했다.
그는 앞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코로나 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더는 숨을 곳이 없게 됐다. 우리는 이미 공포로 마비됐고, 내 연주가 이 공포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나를 포함한 사람들의 작은 몸짓이 계속 이어진다면, 우리는 좀 더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음악과 예술은 우리를 단결시키고, 정신을 고양시킨다"고 말한 바 있다.
리시차는 화려한 기술과 넘치는 힘, 빠른 속도로 몰아치는 연주 덕택에 `피아노 검투사` `건반 위의 마녀`라는 수식어가 붙은 우크라이나 출신 피아니스트다. 열정도 넘쳐 2013년과 2017년 내한 때 무려 3시간에 걸친 리사이틀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2017년에는 공연이 끝나고 오전 1시까지 팬들과 사인회를 가져 화제가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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