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NA] 코로나 사태에도 급락없는 라오스 증시의 역설 '배당 추구 장기투자'

입력 2020-03-24 10:54   수정 2020-03-24 11:00


<한경 자료 사진 : 한국거래소가 라오스 정부와 합작으로 설립을 추진한 라오스 증권시장이 2011년 1월 11일 개장했다. 당시 라오스증권거래소 개장 행사 모습>

세계 증권시장이 아우성이다.

지난 한달 동안 미국시장은 30%가 넘게 빠지고 한국도 25% 넘게 급락했다.
주요 경제 기관들은 코로나19 발 세계 경제 대공황을 경고하고 있을 정도다.

이웃 태국도 베트남도 그리고 캄보디아도 20%넘게 떨어졌다.

하지만 이곳 라오스증권시장은 한적하다.

메콩강과 안남산맥에 막힌 갈라파고스 현상인가?

지난 금요일(3월20일)에 조금 빠져서 10%선 하락에 그치고 있다.
주말마다 만나는 한국 지인들이나 현지 상사 대표들에게 라오스증권시장이 한국거래소와 합작회사라는 자긍심과 10년의 역사와 향후 전망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간혹 주식을 사고싶다는 사람들에게는 계좌개설을 도와주기도 하고 또 장기 투자할 만한 기업이 있는지 추천해달라고 하면 이곳 대표기업인 BCEL과 EDL-Gen에 대해 설명도 곁들여준다.

[ BCEL은 라오스 최대 상업은행으로 지난 해 주당 990낍을 배당하여 시가배당수익률이 16%에 달하고(20일 주가는 6150낍(한화 880원)),
EDL-Gen은 수력발전소를 10개 넘게 운영하며 이웃나라에 전력을 수출하는 라오스 최대 발전회사로 최근 태양열에너지까지 진출하고 있다(20일 현재 주가는 2800낍(한화 400원) ]
이곳 주식시장의 일일거래량은 많지 않다. 라오스 사람들은 주식을 사면 잘 팔지를 않기 때문이다.

11개 상장종목 중 전혀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 종목도 많다. 장기 소유하면서 배당수익을 또박또박 챙기는 게 일반적 관행이다.

세계 유력시장과 달리 시세차익을 노리는 단타족이 거의 없다시피한다.

상장회사의 배당수익만 쫓는 정기적금 같은 장기투자 문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외부시장이 아무리 출렁여도 가격변동이 일어나지 않고 사지도 팔지도 않는 인기척이 드문 투자문화다.


이곳 수도 비앤티엔에는 수요일마다 로또 판매대가 줄서있다.

어둑한 골목길에도 밤늦게까지 임시가판대가 차려져있다. 젊은 판매원이 작은 등불을 켜고 늦은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것을 보면 투기를 싫어하는 문화도 아닌 것 같은데 증권시장에서는 오로지 buy and hold 전략만 보인다. 그러니 상장회사가 배당을 안하면 이상하게 생각한다. 고율의 배당을 할 수 밖에 없는 압박의 강도는 어쩌면 한국보다 클 수도 있다.
이러한 장기투자문화가 일면 시장의 유동성을 잠식하게 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의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
사고 팔 이유가 없으니 상장이후 거래가 곧바로 실종되곤 한다.

하지만 세계 주요시장이 패닉상태에 몰린 작금의 상화에서 이 작은 시장이 버티어내는 배경에는 이러한 장기투자문화가 한몫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일이나 꼭 나쁜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칼럼: 황의천 한경 K-VINA 전문위원(라오스증권거래소 C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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