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가세가 주춤한 가운데 가을에 다시 확진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활동성이 줄어들었던 바이러스가 가을철 다시 활발해질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바이러스에 변이가 생기면 감염 규모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의료계에서는 호흡기바이러스는 건조하고 추운 날씨를 좋아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이 존재한다면 가을철에 다시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가을철 재유행에 무게를 두는 전문가들은 1918년 전 세계에서 벌어진 인플루엔자 대유행, 이른바 `스페인 독감`을 예로 든다.
당시 스페인 독감은 늦봄에 시작해 여름에 잠시 소강하나 싶더니 남반구를 거쳐 돌아오면서 가을철에는 더 세졌다. 오명돈 서울대 의대 교수는 "스페인 독감은 (봄에 벌어진) 1차 유행보다 그해 가을철에 (환자 발생이) 5배나 더 큰 2차 유행으로 왔다"고 말했다.
코로나19도 스페인 독감과 마찬가지로 여름에 잠시 유행이 잦아들었다가 가을에 다시 찾아와 더 `폭발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호흡기 바이러스는 춥고 건조한 겨울에 왕성하고 기온이 올라가면 기운을 잃는 특성이 있다.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 센터장은 "호흡기 바이러스 질환은 날씨가 따뜻해지면 (활동성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02~2003년 중국에서 유행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경우 기온이 오른 뒤 수 개월간의 유행이 그쳤다. 코로나19와 사스는 유전적으로 80% 정도 유사해 유행 패턴이 비슷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단 코로나19가 가을철 다시 유행하게 되면 지금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바이러스는 증식하는 과정에서 일부 변이가 일어나지만, 전염성이 강하고 치명률이 높은 `고병원성`으로 변할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바이러스 변이는 점진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가을철까지 변이가 일어나더라도 변이 정도는 작을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
정기석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바이러스의 변이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아직 전 세계적으로 치명률이나 전파율에 영향을 미칠 만한 심각한 변이는 보고되지 않았다"며 "가을에 재유행한다고 해서 더 치명적으로 변이한다고 예측할만한 근거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가을까지 코로나19 전파 자체가 아예 끊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방역활동을 일상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최원석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미 전문가들이 수차례 가을철 유행 가능성을 언급했다"며 "코로나19는 여름에 조금 소강할 순 있어도 유행이 끊어지진 않고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일상화된 감염 위험을 인식해야 한다"며 "가을이 오기 전에 유행이 더 크게 벌어질 상황에 대비해 의료체계를 정비하고, 그때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강조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