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엘비, 신약개발 다른 길 택한 '역발상 전략' 통했다

양재준 선임기자

입력 2020-03-25 14:22   수정 2020-03-25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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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한 바이오벤처 기업들은 라이선스 아웃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고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전략을 택한다.
하지만 에이치엘비는 항암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독자 개발에 나서면서 라이선스 아웃후 개발 중단 등의 리스크를 오히려 줄이는 전략을 보였다.
지난 2015년 한미약품의 대규모 기술 수출후 우리나라 바이오 기업과 시장 참여자들에겐 라이선스 아웃이 당연한 과정으로 인식되고 있다.
글로벌시장에서도 벤처 회사에 불과한 길리어드사이언스가 1996년 타미플루를 로슈에 라이선스 아웃한 후 확보된 자금으로 다양한 추가 신약을 개발함으로써 오늘날 세계적인 바이오텍으로 성장한 바 있기 때문이다.
에이치엘비는 2007년 항암제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개발 권리 및 판권을 보유한 미국의 엘레바에 2010년부터 투자를 시작한다.
2015년에 엘레바와의 주식스왑을 통해 최대주주가 된 후, 지난해에는 마침내 국내 최초의 다국가간 합병을 통해 100% 지분을 소유하게 됐다.
에이치엘비는 글로벌 임상3상 돌입 직전에 논의돼 온 글로벌 라이선스 아웃 전략을 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나는 `catch-and-kill`으로 항암제를 시판하거나 경쟁 의약품을 보유중인 글로벌 제약사가 경쟁약물을 인수후에 개발하지 않고 도태시키는 경우를 우려한 것이다.
리보세라닙의 성공 가능성을 바라보고 있는 에이치엘비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이미 중국에서 시판이 돼 수년간 환자와 의사들 사이에서 효능을 입증받은 신약물질임에도 에이치엘비가 자금이 없어서 글로벌 임상3상을 독자적으로 완수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럴 경우 임상비용 등 자금조달의 문제로 협상력이 떨어져 제 값을 받지 못할 우려가 있었던 것이다.
에이치엘비는 지속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글로벌 임상3상을 완료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허가 신청(NDA)를 준비중에 있다.
또, 리보세라닙의 원개발자인 미국의 어드밴첸 연구소로부터 글로벌 권리를 인수하며 새로운 전략을 제시한 것이다.
어드밴첸 연구소는 리보세라닙을 중국에는 항서제약에, 중국외 글로벌은 엘레바에 판권을 이전했고 이에 따라 로열티를 받게 되는데, 항서제약이 중국에서 2015년부터 시판함에 따라 항서제약의 리보세라닙 매출에 대해 이미 로열티를 받고 있다.
또한 엘레바가 내년부터 글로벌 시판을 하게 되면 글로벌 매출에 대해서 로열티를 받게 돼 있다.
에이치엘비가 어드밴첸의 모든 권리를 인수하면서 오히려 로열티를 지급하는 게 아니라 받는 선순환 구조로 변경한 것이다.
당장 올해부터 에이치엘비는 지난해 항서제약의 리보세라닙 매출을 기준으로 로열티를 받게 돼 재무상태를 탄탄히 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2019년 리보세라닙 매출이 약 3,700억원(21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3상을 종료하고 신약허가신청(NDA)을 준비중에 있는 에이치엘비는 올해부터 로열티 수령으로 현금 흐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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