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의회 지도부가 합의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경기부양 법안에는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지원책이 담겼다.
25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5일간의 협상 끝에 타결된 패키지 법안은 2조 달러(약 2천500조원) 규모로,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기업과 근로자, 가계와 지방 정부를 전방위로 돕는 방안이다.
기업 대출에 5천억 달러(약 614조원)를 비롯해 중소기업 구제 3천670억 달러(약 450조원), 실업보험 확대 2천500억 달러(약 308조원), 개인과 가족에 대한 돈 지급에 2천500억 달러(약 308조원), 주 및 지방정부 지원에 1천500억 달러(약 184조원), 병원과 의료시설 지원에 1천300억 달러(약 159조원) 등이 투입된다.
이밖에 300억 달러의 비상 교육 자금과 250억 달러의 비상 운송 자금을 제공하며 항공업계 250억 달러, 화물운송업계 40억 달러를 각각 지원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일터를 잃은 근로자에게는 4개월 치 실업수당을 지급한다.
중소기업을 위해 중소기업청이 100억 달러까지 대출 보증을 서주는 방안도 담긴다.
국민에게 직접 지급되는 돈은 연간 총소득 7만5천달러 이하 개인은 1인당 1천200달러(약 147만원)를 수표로 한 차례 받는다. 부부는 2천400달러를 받고, 자녀 한 명당 500달러가 추가된다. 지급액은 소득이 높아질수록 줄어 독신자는 연소득 9만9천달러, 자녀가 없는 부부는 합산 연소득 19만8천달러까지가 수혜 대상이다.
또 정부가 임의로 특정 기업을 지원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독립된 감찰관과 의회가 지정한 인사들로 꾸려진 감독위원회가 기업 대출을 검토한다.
특히 민주당은 기업 유동성 프로그램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정부 각료, 의회 의원이 소유한 사업체가 대출이나 투자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이는 자녀와 배우자, 인척에게도 적용된다.
트럼프 일가의 사업체는 두 아들이 운영하며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를 포함한 여러 호텔과 리조트, 골프 클럽 등이 있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미국 국민에 대한 큰 도움, 빠른 도움"이라며 "미 역사상 가장 큰 구제 패키지"라고 말했다.
그는 CNN 인터뷰에서 "미국은 빠른 도움이 필요했고 우리는 그 상황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이 법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두 차례에 걸쳐 통과된 경기부양 액수를 합친 것보다 많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대통령에게 넘어간다.
스테퍼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입법안이 넘어오면 서명할 것이라고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말했다.
양당이 합의한 만큼 법안은 신속히 처리될 전망이다. 다만 상원은 곧바로 통과가 예상되지만 하원은 절차에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상원을 이끄는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원의 경우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표결 대신 만장일치 동의(unanimous consent)로 상정하는 방안을 희망한다고 전날 밝힌 바 있다.
다만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의원 등 대기업 지원에 부정적인 일부 의원이 있어 이 방안이 실현 가능할지는 불확실하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이 경우 출석 의원에게 찬성과 반대를 물어 다수가 어느 쪽인지 파악해 통과 여부를 결정하는 `구두 투표`(voice vote)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부 의원이 기록을 남기는 `호명 투표`(roll call vote)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CNN은 전했다. 이는 의원 이름이 호명되면 해당 법안에 찬반을 밝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CNN은 하원 투표가 26일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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