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봤을 땐 사우디와 러시아의 갈등으로 보이지만, 최대 피해가 예상되는 나라는 미국인데요. 부양책 기대감 속에 증시는 조금이나마 반등이 나오고 있지만, 석유를 둘러싼 미국, 사우디, 러시아의 패권 경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원유 수요는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습니다.작년에 비해 하루 평균 10만 배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는데요. 공장 셧다운 등 경제활동이 둔화되기 때문에 그만큼 원유를 필요로 하는 것이 적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원유 생산을 줄이는 것이 당연해 보이지만 사우디와 러시아는 금전적 손실을 감수하고도 감산하지 않기로 결정한 겁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유가가 반등할 수 있는 선결 조건은 수요 회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사우디와 러시아는 이러한 저유가 상황에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사우디와 러시아는 공급과잉으로 유가가 급락하더라도 당분간 버틸 수 있다고 계산합니다. 국가별 원유 생산 손익분기점을 보면 러시아는 배럴당 18달러, 사우디는 8달러 수준입니다. 그러니까 아직까지 여력이 있는 건데요.
반면 미국의 셰일가스 업체들은 적어도 배럴당 25달러 이상을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유가가 더 떨어지면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얘기인데요. 현재 WTI 국제유가가 20달러 초반대에 움직이는 만큼 미국 셰일업체의 손실이 심각하다는 걸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미국 대표 셰일가스 기업 옥시덴탈의 주가는 그야말로 폭락하고 있습니다. 한달만에 30달러가 떨어졌는데요. 지난 2월만해도 40달러를 웃돌았던 주가가 12달러까지 떨어진 겁니다. 최근 야후파이낸스는 저유가로 인해 미국 셰일업계가 줄도산할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셰일업체 채권 값의 폭락 여파로 미국 회사채 시장에서 BBB등급 채권 금리는 큰폭으로 상승한 바 있는데요. 이 상승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습니다. 이는 유가가 낮아질 경우 막대한 빚을 내 셰일오일을 채굴해온 업계가 디폴트, 채무 불이행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겁니다. 또한 에너지 업체들의 위험성이 부각되자 관련 대출이 많은 금융회사들도 함께 위협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 국내 기업들은 어떨까요? 업종별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석유화학 업종은 단기적으로 수혜를 입을 거라 분석한 리포트가 꽤 있었습니다. 바로 원재료 가격 하락 효과가 2분기부터 본격화 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인데요. 유가 급락으로 인한 원가 절감 효과가 가장 큽니다. 원유에서 추출하는 나프타 가격이 급락하면서, NCC 원가경쟁력이 크게 개선되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주로 우리나라의 석유화학 기업들은 NCC, 미국은 셰일가스와 천연가스에서 추출하는 에탄을 원료로 한 ECC 산업을 영위하는데요. 전세계적으로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부진한 상황이지만, 셰일가스 감산(ECC 원가 상승)과 원유 증산(NCC 원가 하락)에 의해서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편 국제유가 급락으로 해양플랜트 시장은 급격하게 위축됐습니다. 해양플랜트 발주는 국제유가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데, 최근 국제유가의 급락으로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했는데요. 저유가 기조 장기화로 드릴십 등 시추설비 시장이 사실상 사라진 상황입니다. 또한 생산설비마저 발주지연이나 취소의 가능성이 높아졌는데요. 이에 따라 올해 해양플랜트 시장의 규모와 해양플랜트 수주액은 하향 조정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여파와 저유가 복합 악재 속에 정유사들은 비상경영에 돌입했습니다.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에쓰오일이 창사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추진한 데 이어 현대오일뱅크도 임원 급여 삭감에 나서고 있는데요. 수요 감소, 국제유가 폭락, 여기에 마이너스 정제마진 등이 겹치면서 삼중고를 지나고 있는데요. 정유 업계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가동률 하향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입니다.
이런 가운데 그래도 긍정적인 뉴스 살펴보겠습니다. 건설업계에서는 충격은 불가피하지만 과거만큼은 아닐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국내 건설사들이 지난 6~7년 동안 중동 플랜트 사업 비중을 줄이고 업종과 지역별로 해외 시장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했기 때문입니다.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 플랜트 수주액은 2011년에 비해 작년 기준으로 네 배 가까이 크게 줄었고, 탈중동도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경제TV=손현정 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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