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의료장비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미국에서 정부 비축분으로 제공된 일부 장비가 너무 오래되거나 고장 나 사용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AP통신은 3일(현지시간) 미국 일부 주(州)에 오래되거나 고장난 마스크와 장갑, 인공호흡기 등의 의료장비가 배급돼 의료진이 감염 위험에 노출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앨라배마주에 도착한 마스크 약 6천개는 너무 낡아 삭은 상태인 데다 사용기한은 이미 10년이 지난 2010년까지였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보내진 인공호흡기 150개는 수리가 필요한 상태였으며, 오리건주에는 탄성이 떨어져 고무줄이 끊어질 위험이 있는 마스크가 배급됐다.
또 뉴햄프셔주에는 `라텍스 알레르기`를 유발해 사용이 불가한 의료용 장갑 1만6천여개가 도착했다.
케이트 브라운 오리건주지사 대변인은 "국가전략비축분에서 받은 장비 중 일부는 사용 기한이 훨씬 지나있었다"면서 "기한이 만료된 장비 대다수를 코로나19 대응에 사용할 수 있다고 듣긴 했지만, 수술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은 심지어 일부 장비가 10년도 더 된 `신종플루`(H1N1) 사태 때 정부가 구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변인은 고무줄에 문제가 있는 마스크는 과거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회수했던 것이라며 해당 의료장비를 의료진에게 아예 배포하지 않기로 했다.
AP통신은 여러 주지사가 정부의 비축 장비 배급이 늦어지거나 요청한 것보다 훨씬 적은 지원 물품을 받고 항의하지만, 막상 도착한 장비가 사용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을 보고 당혹감이 배가 됐다고 전했다.
이에 콜로라도주의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은 이날 비축된 인공호흡기의 공급 및 유통관리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고, 뉴햄프셔주 의회는 미 보건복지부(HHS)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앞서 CDC는 일부 품목이 제조업체가 지정한 유통기한을 초과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긴급 수요 때문에 병원에 배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가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면서 미국을 비롯한 다수 국가에서도 의료장비 부족 문제가 빚어지고 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이날 기자회견서 인공호흡기가 6일분만 남았다고 밝힌 가운데 존 벨 에드워즈 루이지애나 주지사도 지역구인 뉴올리언스의 의료장비 재고가 오는 7일이면 바닥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프랑스 일드프랑스지방의 발레리 페크레스 광역의회 의장은 각국이 마스크 물량을 찾아다니며 입찰 경쟁을 벌이는 것을 두고 `세계적 보물찾기`라고 표현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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