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선진국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코로나19 감염 후 격리 중 증상 악화로 중환자실로 옮겨져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막판까지 올림픽 연기를 미뤘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7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경제 악화를 우려했지만 결국 빗발치는 안팎의 요구에 백기를 든 셈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높아진 국가간 장벽이 언제 해소될지는 요원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 발생 후 최악으로 치닫던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신규 사망자가 줄어들자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기대도 나온다.
◆ 코로나19 사망자…미국 1만명·유럽 5만3천명 넘어
미 존스홉킨스대학은 6일 오후 7시 28분(미 동부시간)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감염 사망자를 1만783명으로 집계했다.
이는 지난 2월 29일 미국에서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온 지 37일 만이고, 사망자가 1천명을 넘긴 때(3월 25일)로부터 12일 만에 10배로 증가했다.
확진자도 전날보다 3만여명 증가해 36만6천614명으로 불어났다.
뉴욕주의 하루 사망자는 4일 630명까지 치솟았다가 5일에는 594명, 6일에는 599명으로 하향 곡선을 그려 현재 환자는 13만689명, 사망자는 4천159명이다.
전체적으로도 신규 확진자는 4월 1일 3만100명, 2일 3만2천100명, 3일 3만3천300명으로 증가하다가 4일 2만8천200명으로 줄었다.
다만 예전에도 확진자 증가가 일시적으로 주춤한 적이 있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중론이다.
유럽은 7일 오전 9시45분(그리니치표준시·GMT) 기준으로 코로나19 사망자가 5만3천928명을 기록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전세계 사망자는 7만5천538명이다.
실시간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유럽 국가별 확진자 현황은 스페인이 14만510명(사망 1만3천798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이탈리아 13만2천547명(사망 1만6천523명), 독일 10만3천375명(사망 1천810명), 프랑스 9만8천10명(사망 8천911명) 등이다.
다만 이탈리아의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지난달 17일 이후 처음으로 3천명대로 떨어지고, 스페인의 하루 신규 사망자 수는 나흘 연속 감소하자 이동제한과 상점 영업금지 해제를 위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 추세와는 달리 집단면역을 시험했던 스웨덴은 공공장소 모임 금지, 상점 휴업, 대중교통 이용 제한 등 정책 전환을 검토하는 등 코로나19의 위세는 여전한 상황이다.
◆ 일본, 올림픽 연기 2주 만에 결국 긴급사태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수백명씩 증가하자 아베 총리는 `신형인플루엔자 등 대책특별조치법`에 따라 긴급사태를 선언했다.
도쿄도(東京都)와 오사카부(大阪府) 등 7개 광역자치단체가 대상으로 발령 기간은 이날부터 일본의 황금연휴인 `골든위크`가 끝나는 다음 달 6일까지로 약 한 달간이다.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감염자를 국내 확진자 통계에서 제외, `꼼수`라는 비아냥까지 들으며 올림픽을 개최하려 했던 아베 총리는 지난달 24일 올림픽 연기에 이어 14일 만에 긴급사태까지 가게 됐다.
현재 일본의 확진자는 프린세스호까지 포함해 4천804명, 사망자는 108명에 머물고 있지만, 확진자 그래프가 급격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자 비상 대응에 나선 것이다.
긴급사태 선언에 따라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지사는 외출 자제 요청, 흥행 시설 이용 제한 요청·지시, 임시 의료시설 설치에 필요한 토지 사용 등 개인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조치를 할 수 있게 된다.
아베 정부는 긴급사태 선언과 함께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20%에 해당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 부양책도 발표했다.
코로나19 대응 긴급 경제대책의 사업 규모는 108조엔(약 1천200조원)으로 지난 2009년 `리먼 쇼크`(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해 발표한 경제대책 규모 56조8천억엔의 2배에 육박한다.
일본 정부 조치에 하루 앞서 주일미군사령부는 일본 간토(關東) 지방에 있는 미군기지에 `공중위생 긴급사태`를 발령했다.
◆ 영국 총리도 피하지 못한 코로나19
자가 격리 11일 만에 존슨 총리는 중환자실로 옮겨져 집중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열이 계속되는 등 코로나19 증상이 완화되지 않자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차원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중환자실 이동은 주요 국가 정상 중에는 처음이어서 영국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존슨 총리의 상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치명률이 높아지는 코로나19의 특성을 고려할 때 55세인 존슨 총리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당분간 도미닉 라브 외무장관이 필요한 직무를 대행하기로 했지만, 국가의 위기 대응 능력도 상당 부분 제약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중국 신규 사망자 `0`에 종식 수순…일각서 신뢰성 의문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6일 하루 동안 중국 본토의 코로나19 신규 확진 환자가 32명,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7일 밝혔다.
중국 내 코로나19 사망자는 3일 4명에서 4일 3명, 5일 1명으로 계속 감소 추세를 보였다.
중국 내 누적 확진자는 8만1천740명, 사망자는 3천331명을 기록 중이다.
중국은 8일 이 사태의 진원지로 지목된 우한(武漢)에 대한 봉쇄 조치를 해제할 예정이다.
사망자 감소와 함께 봉쇄 조치 해제로 중국 당국은 종식 선언 수순을 밟고 있지만, 여전히 일각에서는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증상이 없지만, 검진에서 양성이 나오는 무증상 감염자가 꾸준히 나오는데도 공식 통계에는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조기에 경제 활동을 재개함으로써 코로나19 사태 초기 정부에 쏟아진 축소·은폐 비판을 피해가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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