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져 있던 유언장이 등장하면 어떻게 될까.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까. 유언장은 고인의 유지이기에 그대로 따르고 싶은 것이 유족들의 공통된 마음이다. 그러나 그 내용이 편파적이고 불합리하다면 바로잡는 과정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 첫 걸음이 바로 유언장의 효력을 따져보는 것이다.
유언장은 작성하는 것은 쉽다. 다만 유언장을 잘 작성하는 것은 의외로 까다롭다. 보통 ‘유언’이라고 하면 고인이 죽기 전에 마지막 남긴 말 정도라 여기지만 법적으로는 ‘유언자가 자기의 사망과 동시에 일정한 법률효과를 발생시킬 목적으로 일정한 방식에 따라 행하는 행위’이기에 반드시 법이 정한 형식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법무법인 한중의 홍순기 상속전문변호사는 “실제 유언장을 이유로 유류분, 기여분 관련 분쟁이 불붙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더군다나 민법 제1065~1072조에서는 법에서 정한 방식이 아니면 유언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어 ‘요건을 조금이라도 갖추지 못한 유언은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하더라도 무효’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인 유언의 방식으로는 자필증서·녹음·공정증서·비밀증서·구수증서에 의한 다섯 가지로 제한된다. 이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본인이 직접 작성하는 자필증서와 공증사무실에서 공증을 받는 공정증서로 자필 유언이 유효하려면 컴퓨터나 타자기 등으로 작성해서는 안 되고 손으로 써야 하며 서명이 아닌 도장(반드시 행정청에 신고된 인감도장일 필요는 없고, 손도장(拇印)으로도 가능) 날인을 해야만 하는데 그것이 어렵다면 비용이 들더라도 공증사무실에서 공증을 받는 것이 추천되는 방법이다.
특히 자필증서는 유언자가 유언의 내용과 작성일·주소·성명을 직접 쓰고 도장까지 찍혀있어야 완벽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더불어 유언자의 생활 근거가 되는 곳이면 되고, 반드시 주민등록상 주소가 아니어도 되지만 주거지를 특정하여 다른 주소와 구별할 정도는 되어야 하므로 ‘00동에서’라고만 기재해서는 안 된다. 홍순기 상속전문변호사는 “피상속인 입장에서는 최대한 자신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유언장 작성에 고심해야 하는 한편, 상속인 입장에서는 불합리한 유언에 대응하는 방법들을 숙지해놓는 것이 좋다”며 “참고로 유언장의 효력이 인정되는 경우라도 유류분의 경우 사안에 따라 충분히 청구할 수 있으므로 상속 전반에 대한 폭넓은 법률적 조언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크다”고 조언했다.
얼마 전 유언대용신탁을 한 재산은 유류분의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의 판결이 등장하며 유류분 분쟁이 새로운 국면에 놓였다. 당사자가 유언신탁을 했더라도 사망 후 고인의 가족 등이 유류분을 주장하는 일이 잦았으나 이번 판결의 영향으로 상속개시 1년 이전에 이루어진 유언신탁의 효용성이 어느 정도 공고해졌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따라서 유언, 유류분 등 상속분쟁의 쟁점들에 대한 변화 양상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 역시 중요함이 강조되고 있는 시점이다.
실질적으로 그동안 유언의 방식을 엄격하게 요구하는 것은 유언자를 특정하고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하게 하기 위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유언은 가깝지 않은 가족 또는 친척 대신 원하는 기부단체나 타인에게 원하는 대로 상속이 이뤄질 수 있는 근거로서 진위 여부는 물론 유류분, 기여분 등의 변수 앞에서 흔들려왔다.
관련해 근래 들어 민법이 정한 유언의 방식 중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자필증서 유언에 있어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자필증서 유언의 방식에 대한 논의가 진지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유언을 작성 및 녹화하는 등의 방법이 현 시점에서 더 효율적이라는 시대상이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홍순기 상속전문변호사는 “상속분쟁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 하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시대상황에 따라 상속 관련 다양한 쟁점이 등장하기 때문”이라며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유언대용신탁 역시 아직까지는 정확한 법률적 조언을 통한 검토를 거쳐 진행해야 불필요한 분쟁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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