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감산 합의에도...'초저유가'...석유화학, 한 숨은 돌렸다

입력 2020-04-14 15:47  

    파격적인 원유 감산합의가 아니었던만큼, 국제유가 급 상승에는 힘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증권가에서도 초저유가가 지속될 거라 전망하며, 석유화학 업종을 수혜주로 꼽고 있는데요.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OPEC+는 지난 12일 긴급 화상회의를 열어 5월과 6월 두 달 간 하루 97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앞서 있던 화상회의에서 하루 1천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멕시코의 반대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감산량이 줄어들게 됐는데요. 그래도 이번 합의된 감산량은 그간 OPEC+가 결정한 감산량 가운데 가장 큰 규모입니다. 이로써 최근 이어졌던 '유가 전쟁'도 일단락될 전망입니다.

    하지만 이날 합의로 2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유가가 코로나 위기 속에 지속적인 상승세로 반전하는 동력을 충분히 얻었는지는 미지수입니다. 코로나19 위기로 감소할 원유 수요량이 하루 3천만 배럴로 전망되는 만큼 국제 원유 시장의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인데요.

    지금 국제유가의 수준은 20년 전인 2000년대와 비슷한 가격입니다. 오늘 선물시장에서 1% 대 상승세를 보이지만 여전히 배럴당 22달러에 그친다는 점에서 저유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 아람코는 5월 아시아향 원유 수출가격, OSP를 전월대비 배럴당 4.2달러 낮은 -7.3달러로 발표했습니다. 지난달 4월 OSP 인하 정책은 증산경쟁을 위한 선전포고 성격이 강했으나, 이번 OSP는 시장 수급상황을 반영한 가격 인하로 판단되는데요. 그러니까 그만큼 수요가 크게 위축되었다는 걸 증명하는 겁니다.

    5월 OSP는 글로벌 원유의 초과 공급 상황을 반영한 건데요. 사우디 아람코의 경우 생산된 원유를 모두 판매하기 위해서는 시장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증권가에서는 공급과잉이 수개월 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그럼 원가 측면에서 석유화학 산업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텐데요. 유가가 떨어진 것에 비해, 제품가격이 크게 내리지 않는다면, 낮은 원가를 통한 스프레드 확대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잠깐 석유화학 제품 양산의 흐름도를 보실텐데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석유화학 기업들은 대부분 나프타 분해업체 즉 NCC기업입니다. 나프타는 원유에서 추출하게 되는데요. 참고로, 미국 ECC 기업들은 셰일가스 등에서 에탄을 추출해 화학제품을 만듭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대체로 나프타에서 나온 에틸렌, 프로필렌 등으로 석유화학제품을 만드는데요. 에틸렌으로 PE, 즉 필름, 파이프 등을 만들고요. 프로필렌으로는 PP, 즉 합성섬유, 아크릴섬유 등을 생산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원유 가격이 떨어지면, 나프타 가격도 크게 떨어지게 되고, 그럼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원가가 싸지게 되는 겁니다.

    안 그래도 수요는 떨어지고, 공급 과잉에 허덕였던, 석유화학 업체들, 최근 이어지고 있는 예상밖의 초저유가로 기사회생하는 분위기인데요. 나프타 가격이 급락하면서, 에탄과의 가격차이가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또한 에틸렌 스트레드를 비교하면 NCC가 ECC를 넘어서게 됐는데요. 따라서 유가 충격이 NCC들의 수익성 회복 기반을 마련한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나프타 가격이 톤당 200 달러를 하회하면서 석탄이나 메탄올 대비 NCC 경쟁력을 키워주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 지역은 팬데믹 진정 양상을 보이면서, PE/PP 포장재 등에서 수요가 견조하게 나타나고 있는데요. 이에 가격이 반등하는 모습이 확되고 있습니다. PE/PP 중심으로 지난 주 중국 내수가 반등으로 전환했는데요. 특히 저유가 기조 속에서 제품 가격이 반등한다면, 향후 국내 석유화학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그럼 대표적인 NCC기업인 롯데케미칼부터 투자포인트 보시면요. 롯데케미칼은 호악재가 혼재되어있다고 판단합니다. 1분기 실적은 대산공장 가동 중단 등에 따라 부진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유가급락이란 호재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에 따른 중간재 수요충격은 아직 불확실하다고 판단하는데요. 원가 절감 효과는 단기적으로 긍정적일 수 있지만, 조금은 보수적인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다음은 대한유화입니다. 고가 원료가 투입되는 1분기는 영업적자가 예상되지만 향후 저가원료 사용으로 2분기는 흑자전환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또한 6개월 이상 저유가 지속 될 시에 수혜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특히, 유가 급락으로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량이 감소할 경우 에틸렌 신증설 일정이 지연될 전망이기 때문에 에틸렌 계통의 제품 가격이 상승할 수 있습니다. 이에 국내 NCC 업체의 밸류에이션에 프리미엄 적용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한국경제TV=손현정 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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