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5개국 코로나19 사망자 절반이 요양원서 발생"

입력 2020-04-14 20:0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최악의 피해를 본 일부 유럽 국가에서 사망자의 절반가량이 요양원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영국 런던정경대학(LSE)이 각국 정부 등으로부터 수집한 초기 집계에 따르면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 아일랜드, 벨기에 등 5개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중 42%∼57%가 요양원에서 나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다음으로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스페인의 경우 지난달 8일부터 이달 8일까지 한 달 새 발생한 사망자 중 57%가 요양원에서 나왔으며, 아일랜드는 그 비율이 54%로 뒤를 이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는 요양원 사망자가 전체의 45%를 차지했으며, 벨기에는 42%를 기록했다.
조사를 주도한 LSE 의료정책 평가센터의 아델리나 코마스 헤레라 교수는 상황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요양원을 중심으로 벌어진 피해를 기록하고 공유하기 위한 목적에서 자료 수집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헤레라 교수는 영국보다 앞서 피해를 경험한 5개국의 사례를 통해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의료기관인) 국민보건서비스(NHS)와 사회보장제도에 동등한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요양원이 "물리적으로 거리 두기가 불가능한 장소"라며 방역 대책 시행의 어려움에 더해 바이러스에 취약한 환자와 의료지식이 부족한 직원 등으로 인해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연구진은 다만 각 자료의 출처가 상이할 뿐만 아니라, 각국의 바이러스 진단 역량과 정책 및 사망자 산정 기준의 차이로 인해 요양원 사망자 비중을 직접 비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가디언은 영국 정부가 집계한 전국 요양원의 사망 사례가 고작 20건에 불과하고, 이조차 지난달 27일을 끝으로 추가 자료가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당국이 요양원 내 바이러스 확산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사우샘프턴대의 국제 공중보건학 선임연구원인 마이클 헤드 박사도 다른 유럽 국가의 사례를 지켜보면서도 정부가 요양원에 거주하는 고령인구에 주목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요양원 거주자에 대한 진단검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사망자 숫자를 파악하기조차 어렵다면서 일부만 확진 판정을 받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영국 요양원에서는 바이러스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상태다.
영국 정부의 최고의료책임관(CMO)인 크리스 위티 박사도 이날 영국 전역의 요양원 중 13.5%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주 대비 9% 증가한 것으로, 이날 하루에만 요양원에서 92명의 환자가 나왔다.
또 영국의 전국 요양원 대표기구인 `케어 잉글랜드`는 지난주 수많은 요양원 내 사망자가 두 배로 증가했으며 총 1천명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영국 보건부는 "사회복지 부문에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책을 지원하고, 공중보건국(PHE)과 지속해서 협력해 요양원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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