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단행한 자택 대피 등 `셧다운` 조치를 언제 완화 또는 해제해 경제활동을 정상화할지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부 주지사들이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제활동 정상화 문제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의 권한은 전면적(total)"이라면서 권한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우리에겐 왕(King)이 없다"면서 정면으로 맞받아친 것이다.
쿠오모 주지사는 14일(현지시간) 미 NBC방송 `투데이 쇼`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에겐 대통령이 있지 왕이 없다"라면서 "(건국 당시) 그것은 큰 결정이었다. 우리는 왕으로부터 벗어났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대통령이었지 왕이 아니었다. 따라서 대통령은 전면적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쿠오모 주지사는 CNN방송 `뉴데이`와의 인터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정상화를 명령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뉴욕주 주민의 건강을 위험하게 하는 방식으로 정상화 명령을 내린다면 나는 그것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명령을 내릴 경우 "주 정부와 연방정부가 법정으로 가는 헌법적 도전을 맞을 것"이라면서 "그것은 그(트럼프)가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또 MSNBC 방송 `모닝 조` 인터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관련 일일 브리핑에 대해 "주지사들은 그것을 보지 말아야 한다"면서 "솔직히 팩트(사실)를 무시하고 위협적이다. 화나고 불쾌하다"고 비판했다.
네드 라몬트 코네티컷 주지사도 이날 CNN 인터뷰에서 백악관의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로부터의 메시지는 나아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말 폭탄`(verbal hand grenade)으로 코로나19 대응 노력이 방해받아서는 안 되도록 해야 한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쿠오모는 매일, 심지어 매시간마다 모든 것을 부탁하기(beg) 위해 전화를 해왔다. 새로운 병동과 병상, 인공호흡기 등 (부탁한) 대부분의 것은 주(州)가 책임져야 할 것들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그를 위해, 다른 모든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다했다"며 "지금 그(쿠오모)는 독립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뒤이은 트윗에서 "모든 민주당 주지사들에게 `바운티호의 반란`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들 가운데 하나라고 전해라"면서 "멋진 구식 반란은 종종 보기 흥미롭고 활기를 돋운다. 특히 반란자들이 선장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필요로 할 때 그렇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바운티호의 반란`(1962년작)은 1789년 영국 군함 바운티 호에서 일어난 윌리엄 블라이 함장에 대한 반란 사건을 다룬 영화다.
앞서 뉴욕주와 뉴저지주, 코네티컷주, 로드아일랜드주, 펜실베이니아주, 델라웨어주, 매사추세츠주 등 미 북동부 7개 주 주지사들은 전날 공동으로 코로나19 사태의 추이를 계속 주시하는 것은 물론 안전하다고 판단할 때 경제 `정상화`를 위한 계획을 조율하기 위한 실무그룹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6개 주지사가 전날 오후 컨퍼런스콜(전화 회의)을 갖고 이같이 의견을 모은 가운데 매사추세츠주도 합류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전날 7개 주지사의 공조를 주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들 주지사의 전화 통화에 앞서 트위터를 통해 "갈등과 혼란을 조장할 목적으로 가짜 뉴스 언론들은 주(州)들을 여는 것은 미국의 대통령과 연방 정부가 아닌 주지사들의 결정사항이라고 말하고 있다"면서 "이는 대통령의 결정사항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많은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지사들의 공조 발표 이후 백악관 브리핑에서도 경제활동 재개 여부 및 시점 결정이 대통령이 아닌 주지사의 권한이 아니냐는 질문에 "미국 대통령의 권한은 전면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전날 전화 통화에서 6개 주지사는 조기 정상화를 위한 트럼프 행정부 내 일각의 움직임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했지만, 미 뉴욕타임스는 주지사들의 공조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암묵적인 `질책`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캘리포니아와 오리건·워싱턴 등 서부 3개 주 주지사도 전날 경제 재개를 위해 공동의 접근을 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들 10개 주 주지사들 가운데 매사추세츠주 찰레 베이커 주지사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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