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 부스터 버튼 ON"…2020 벨로스터N을 타봤습니다

입력 2020-04-22 08:01   수정 2020-04-22 08:00

    2020 벨로스터N 용인 스피드웨이 서킷 시승기
    8단 습식 DCT 장착으로 변속 ‘자유자재’
    ‘게임 스킬’ 같은 부스터 버튼...20초간 빨라져
    시작가 2,944만원...쏘나타·아반떼 N 곧 출시
    "봐봐, 이걸 누르면 엔진음부터 달라진다." 메르세데스-벤츠의 'AMG' 변속 기능을 처음으로 경험한 건 10여 년 전 부잣집(?) 아들이었던 대학 선배의 차를 탔을 때였습니다. AMG 버튼을 누른 뒤 으르렁 대는 선배의 차로 올림픽대로 1차선을 내달렸던 기억은 아직까지도 강렬합니다. AMG가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라인임을 안 건 자동차에 관심을 갖게 된 이후였습니다.

    이처럼 고성능 라인은 자동차 회사의 기술력을 뽐내는 방법이자 소비자들에게 강한 기억을 남기는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도 2015년부터 고성능 라인 'N'을 운영 중에 있죠. 올해는 N 라인업에 다양한 신차들도 예고 중입니다. 그중 첫 번째 신차인 2020 벨로스터N에는 고성능 변속기와 함께 AMG 버튼과 같은 '부스터 기능'도 장착이 됐다고 하는데요. N전용 2.0T-GDI를 장착한 2020 벨로스터N 풀옵션 모델을 타고 용인 스피드웨이 서킷을 1시간 반 동안 주행해봤습니다.

    2020 벨로스터N 전면부 외관

    ● 변속 좋은 습식 DCT…“5초 만에 6가지 엔진음 들려”

    이번 2020년형 벨로스터N에는 '습식 DCT'가 적용됐습니다. DCT(Double-Clutch Transmission)란 클러치 2개로 변속을 자동화한 변속기를 일컫습니다. 크게 건식과 습식으로 나뉘는데, 벨로스터N과 같이 높은 토크가 필요한 고성능 차량에는 열에 강한 습식 DCT가 요구되죠. 이 습식 DCT 기술이 없던 현대차는 지금껏 벨로스터N에 수동 6단 변속기를 적용해야 했습니다. 끝내 이번 2020년형 벨로스터N에 자체 개발한 '8단 습식 DCT'를 장착하고 나온 겁니다.

    습식 DCT 덕분에 주행은 상당히 즐거운 편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변속이 제 맛이었는데요. 정지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꾹 밟자 5초도 안 돼 계기판의 변속기 단수가 1에서 6까지 치솟았습니다. 5초 안에 6가지 엔진음이 들렸습니다. 변속이 빠르다보니 속력도 빠르게 올라가는 느낌이었습니다. 트랙에서 가파른 코너를 돌고 나올 땐 속도에 맞게 변속기 단수가 즉각 바뀌었는데요. 가속과 함께 치솟던 엔진회전수(RPM)는 단수가 바뀜에 따라 2~3,000rpm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참고로 벨로스터N이 정지 상태에서 100km/h에 도달하는 시간은 5.6초입니다.)

    2020 벨로스터N 엔진룸. 8단 습식 DCT가 적용된 N전용 2.0T-GDI 엔진이다.

    ● ‘게임 스킬’ 같은 NGS, 실제 도로에선 ‘물음표’

    제가 가장 기대했던 '부스터 기능', NGS(N Grin Shift)도 사용해볼 수 있었습니다. NGS는 엔진 출력을 20초간 최대로 끌어올리는 기능인데요. 덕분에 순간 토크가 36kgf·m에서 38.5kgf·m로 올라 힘이 좋아지는 원리입니다. 이후 3분간은 재사용이 불가능한 1회성 기능이었습니다. 마치 게임 속에서 스킬을 사용하는 것 같아 재밌게 느껴졌습니다.

    주행모드를 N으로 설정 후 시속 100km/h에서 NGS 버튼을 누르자, '펑' 터지는 소리와 함께 차가 앞으로 치고 나갔습니다. 계기판에는 숫자 20이 카운트다운 되기 시작했습니다. 가속 페달을 더 밟자 계기판 속 바늘은 곧장 170km/h를 넘어섰습니다. 이내 속력을 줄였지만 엔진에선 마치 계속 달리고 싶다는 양 '펑펑' 터지는 소리가 나더군요. 확실히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일반 도로 위에서 주변에 다소 위협감을 줄 수도 있겠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밖에 대부분의 주행 기능은 스티어링 휠과 디스플레이를 통해 조작이 가능했는데요. 스티어링 휠에는 5가지 주행모드(에코, 노멀, 스포츠, 커스텀, N) 변경과 부스터 기능인 NGS 버튼, 패들 쉬프트가 있습니다. 디스플레이에선 변속 성능 등의 기능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빠른 출발이 가능한 런치 컨트롤(Launch Control)도 디스플레이에서 rpm 조작이 가능합니다.

    2020 벨로스터N 운전석. 스티어링 휠 오른쪽 기능 하단부에 깃발 그림의 하늘색 N모드 주행 기능, 그 위에 '부스터' NGS 기능이 보인다. 반대편 왼쪽 하단부에 있는 하늘색 버튼은 드라이브 모드 변경 기능이다.

    2020 벨로스터N 디스플레이. N모드 주행 시엔 토크와 오일 온도, 코너링 중력 등을 확인할 수 있다.

    ● 정의선의 ‘중점 사업’...3천만원대 가격 반응은?

    2020 벨로스터N의 내·외관은 기존 벨로스터N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외관은 기존 해치백 디자인을 그대로 살렸습니다. 도어도 그대로 3개.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은 구색만 갖춘 수준입니다. 물론 운전석은 화려합니다. 시트는 몸을 감쌀 만큼 큰 굴곡과 단단한 재질의 스포츠 버켓 시트로 디자인됐습니다. 변속기는 수동 감성을 그대로 유지하려 했는지, 요즘 신차에선 보기 힘든 가죽 부츠 달린 스틱형 디자인이 채택됐습니다.

    이번 벨로스터N 출시와 습식 DCT 장착으로 N 라인은 전반적인 짜임새가 갖춰졌습니다. 남은 건 시장의 평가일 텐데요. 수동 변속기를 떼어낸 자신감일까요? 2020 벨로스터N의 시작가는 2,944만원, 2천만원 초중반 대였던 기존보다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풀 옵션 가격은 3,654만원까지 올라가죠. 지난해 1,005대에 그쳤던 판매량도 이번엔 어떨 지 궁금해집니다. 업계에서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이 고성능 N 라인에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는 후문도 들리는데요. 곧 나올 쏘나타와 아반떼 N 라인에는 또 어떤 새로운 기능이 추가될지 기대를 가져봅니다.

    2020 벨로스터N 운전석과 조수석. 굴곡이 크고 단단한 스포츠 버켓 시트 디자인이 적용됐다.

    2020 벨로스터N 후면부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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