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발병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산유 부국인 두 나라는 중동 지역에서 의료 체계가 상대적으로 견고하고 정부 재정이 여력이 있는 덕분에 공격적인 대규모 감염 검사를 진행하고 있어서다.
23일 기준 사우디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보다 1천158명 늘어 1만3천930명(사망자 121명)이 됐다.
사우디의 일일 신규 확진자는 18일부터 엿새 연속 1천명을 넘겼다.
사우디 보건부는 이에 대해 "의심 증상이 있는 환자가 병원을 찾아오기 기다리는 방식에서 17일부터 발병 우려가 큰 거주지역을 찾아다니며 적극적으로 대량 검사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변경했다"라고 설명했다.
정책 변경 뒤 신규 확진자의 70% 안팎이 이런 `적극 검사`로 찾아낸 감염자였다고 사우디 보건부는 설명했다.
사우디 보건부는 외국인 이주 근로자와 저소득층이 사는 지역에 집중해 집마다 방문해 의심 증상이 있거나 기존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을 찾아내 검사하고 있다.
타우피크 알라비아 보건부 장관은 "감염자가 중증이 되기 전 조기에 찾아내 입원 환자 수를 최소화하고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검사소를 확대해 검사 건수를 늘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우디 당국은 코로나19 검사 건수를 매일 공개하지는 않는다.
사우디 보건부의 자료를 보면 지난달 2일 첫 발병 뒤부터 4월8일까지 38일간 누적 검사수는 11만5천585건이었고, 이후 23일까지 15일 동안 약 9만건이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대비 확진자 증가율은 18일 15.8%였다가 23일 9.1%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같은 기간 이란을 제외한 중동 지역 증가율보다 3∼4%포인트 높다.
누적 확진자가 100명에서 1천명까지 10배로 늘어난 기간은 12일이었고, 1천명에서 1만명까지는 25일이 걸렸다.
UAE 보건부는 23일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날보다 518명 늘어 8천756명(사망자 56명)이 됐다고 집계했다.
일일 신규 확진자로는 1월 29일 첫 발병 뒤 가장 많고 처음 500명이 넘었다.
UAE는 중동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검사 건수가 많은 곳이다.
이날까지 누적 검사 건수는 79만 건으로, 인구 100만명당 검사 건수는 아이슬란드(인구 36만명)를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8만 건에 이른다. 최근 일일 검사 건수는 3만건에 가깝다.
UAE 보건당국은 국내 거주자 950만명 모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감염 검사를 하는 게 목표라고 발표했을 만큼 공격적인 검사 계획을 세웠다.
UAE는 지난달 28일 중동에서 처음으로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검사소를 도입하고 이를 10여군데로 늘려 검사를 가속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 드라이브 스루 검사소 덕분에 UAE가 세계 최다 수준의 검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UAE의 누적 확진자가 100명에서 1천명까지 10배 증가한 기간이 17일이었고 1천명에서 1만명까지 늘어난 기간이 24일 정도로 추정됐다.
사우디와 UAE의 치명률은 광범위한 검사로 분모인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각각 0.9%, 0.6%를 기록해 전 세계(7.0%)와 중동 지역(4.3%)보다 훨씬 낮다.
이들 국가 모두 한국처럼 대규모로 검사하는 방역 정책을 택했으나 엄격한 도시간 이동·통행 금지령과 외국인 입국 금지, 자국 거주 외국인 송환 등 강제 봉쇄 정책을 시행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인구 100만명당 확진자 수를 한국(209명)과 비교하면 사우디가 약 2배(400명), UAE가 4.4배(885명)에 달했다. 이미 코로나19가 지역 내에 널리 퍼져있었다는 방증이다.
사우디, UAE를 포함한 걸프 산유국은 외국인 이주 근로자가 모여 사는 위생이 열악한 집단 숙소가 `진원`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를 인지한 이들 국가는 초기 봉쇄·제한 정책만으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에 역부족이라고 판단하고 전염병 통제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공격적이고 신속한 검사로 방역 정책을 전환한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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