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시간주에서 무장한 시위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상사태 해제와 경제 활동 재개를 요구하며 주의회 의사당 건물을 점거했다.
30일(현지시간) ABC 방송과 지역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이날 미시간주 주도(州都) 랜싱에 집결한 700명의 시위대는 주의회 의사당으로 진입해 코로나19 봉쇄령 철회를 요구했다.
지난 3월 10일 미시간주가 선언한 비상사태 명령이 이날부로 종료함에 따라 주의회가 비상사태 연장 여부에 대한 논의에 들어간 가운데 이날 아침부터 의사당 주변에서 진을 치고 있던 시위대가 건물을 점거한 것이다.
흥분한 시위대는 "의사당은 주민의 공간이다. 우리를 막지 말라"고 소리쳤고 결국 무장한 경찰과 의회 경비대는 온도계로 발열 검사를 한 뒤 이들의 진입을 허용했다.
일부 시위대는 권총과 소총을 휴대한 채 의사당 건물로 들어갔으며, 대부분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미국 국기를 흔들거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착용한 사람도 눈에 띄었다.
놀란 의원들은 의사당에 들이닥친 무장 시위대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렸고, 몇몇 의원은 방탄조끼까지 착용했다.
`미국 애국자 집회`로 명명된 이번 시위는 `미시간 자유연대`라는 단체가 조직했다. 이 단체는 지난 15일 그레첸 휘트머 주지사가 발동한 자택 대피령에 항의하며 주의회 의사당 주변에서 차량 시위를 이끈 바 있다.
경찰은 이날 무기를 소지한 채 의사당에 들이닥친 시위대를 체포하지는 않았다. 미시간주에서는 총기 면허 소지자가 공개된 장소에서 총기를 휴대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위대는 이날 비상사태 명령뿐만 아니라 자택대피령 해제도 요구했다.
비상사태령과 자택대피령 모두 휘트머 주지사가 발동했지만, 내용과 절차에서 차이가 있다.
비상사태는 주의회의 승인을 얻어야 하지만 자택대피령은 주지사가 비상 권한을 활용해 내린 행정명령이다.
따라서 주의회가 이날 코로나19 비상사태를 연장하지 않는다고 해서 자택대피령의 효력까지 상실되는 것은 아니며 미시간주의 자택대피령은 5월 15일까지 유지된다.
다만, 의회가 코로나19 비상사태 명령을 철회하면 주지사의 비상 권한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5월 15일 이후 자택대피령을 추가로 연장할 근거는 사라지게 된다.
휘트머 주지사 측은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주민들의 시위 권리를 존중한다"며 "주지사는 지금이 힘든 시기이고, 많은 사람이 화가 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위대가 마스크도 없이 사회적 거리 두기도 준수하지 않아 실망스럽다"며 "이런 행동은 많은 사람을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에 빠트려 사망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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