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사태를 한 달 가까이 연장한 가운데 일본 열도에서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 대한 불만과 피로감이 나타나고 있다.
2월 말 일제 휴교 선언을 시작으로 사실상 2개월 넘게 사회적 거리 두기를 대대적으로 시행했지만, 유전자 증폭(PCR) 검사 부족과 확진자 이동 경로 파악 부실 등으로 방역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한 가운데 긴급사태만 연장해 사회적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기업이나 자영업자의 경우 휴업으로 인한 손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감염 확산을 우려한 외출 자제 등 요청이 이어지면서 주민이 느끼는 일상의 스트레스도 커지고 있다.
방역에 실패해 해제의 기준조차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긴급사태를 연장한 아베 정권에 대한 비판이나 불만 기류는 일본 주요 언론의 보도에서도 감지된다.
아사히신문은 "자영업자로부터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세간에서는 자숙에 대한 피로가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하고서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어떤 사회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가. 객관적 지표를 제시하면 좋겠다"고 5일 지적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보다 사망자가 많은 구미에서도 엄격한 외출 제한으로 신규 감염자가 충분히 줄었다며 출구 전략을 논의하기 시작한 나라나 지역도 있다"며 "어떻게 되면 해제 가능한지 구체적인 목표를 보여주면 좋겠다"고 논평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아날로그 행정 멀어지는 출구`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과 대만이 코로나19를 억제하는 데 성공한 핵심적인 이유는 "빅데이터나 스마트폰의 적극적인 활용"이라며 "반면 일본의 대책은 아날로그"라고 꼬집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불만을 드러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의 47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지사로 이뤄진 전국지사회는 5일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재생상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화상회의에서 긴급사태 선언을 해제하는 기준이나 긴급사태 종료를 향한 길 등 출구전략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니시무라 경제재생상은 이달 14일과 21일에 각 도도부현의 신규 감염자 감소 폭이나 의료 체제 등 상황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정 수의 검사가 해제의 전제가 된다"며 전국에서 PCR 검사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니시무라 경제재생상은 신규 감염자 수가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해제 가능한지 등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오사카부는 이날 열린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주민에 대한 외출 자제 요청이나 기업 등에 대한 휴업 요청을 단계적으로 해제하는 독자 기준을 결정했다.
일본 정부가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는 가운데 개별 행동에 나선 셈이다.
오사카부는 1)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는 사람 수, 2) PCR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는 비율, 3) 중증환자의 병상 사용률 등 3가지를 감염 상황을 파악하는 지표로는 설정했다.
아울러 이들 세 가지 항목에서 1) 10명 미만, 2) 7% 미만, 3) 60% 미만을 각각 충족한 상태가 1주일간 이어지는 것을 각종 자제 요청을 해제하는 기준으로 제시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애초에 이달 6일까지 전국에 긴급사태를 선포했으나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수습되지 않자 긴급사태 기간을 5월 31일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미야기현의 경우 7일 이후에는 휴업 요청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일본 정부의 긴급사태 연장에 우회적으로 반발하는 조치를 결정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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