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카라과 북부 치난데가에 사는 로헤르 오르도네스(69)는 지난주 호흡 곤란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이튿날 그의 아들이 병원을 찾았을 땐 이미 방호복을 입은 공무원들이 그를 묘지에 매장하고 있었다.
병원은 아들 가족에게 2주간 격리하라고 지시하면서도, 오르도네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오르도네스는 12일(현지시간) 현재 니카라과 정부가 밝힌 코로나19 확진자 16명, 사망자 5명에 포함되지 않았다.
인구 650만명의 중미 국가 니카라과의 코로나19 통계와 대처 방식은 니카라과 안팎에서 많은 의혹을 불렀다.
니카라과는 중남미 다른 국가들과 달리 입국을 제한하지도, 학교나 상점을 닫지도 않고 사실상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도 감염자는 10여 명이 그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AP와 로이터통신이 전한 현지 병원과 묘지의 상황은 통계 속 니카라과의 `평온한` 상태와는 사뭇 다르다.
치난데가의 묘지에서 흰 방호복을 입은 이들이 트럭으로 관을 싣고 오는 것은 흔한 풍경이 됐다고 AP는 주민을 인용해 전했다.
오르도네스처럼 환자가 사망한 후 가족에게 알리지도 않고 2시간 이내에 재빨리 매장하는 경우도 잦다.
한 의사는 비정형 폐렴으로 사망한 이들은 곧바로 매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죽기 전에도, 후에도 코로나19 검사는 하지 않는다.
로이터는 10여 명의 의료진을 인터뷰해 코로나19 감염자를 위해 마련된 니카라과 내 병상이 모두 찼다고 보도했다.
공립병원에는 비정형 폐렴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이 늘어났다.
한 의사는 로이터에 "모든 게 붕괴 직전"이라며 "비정형 폐렴 환자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의료 종사자들로 이뤄진 시민단체는 지난 주말까지 코로나19로 의심되는 환자 1천33명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수치도 현실을 얼마나 반영했을지는 알 수 없다.
니카라과 감염병학자 알바로 라미레스는 2주 후엔 감염자 수가 1만8천 명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니엘 오르테가 정부는 실체를 감추는 데 급급해하는 모양새다.
AP에 따르면 지난주 수도 마나과의 병원과 치난데가의 묘지 앞에서 사복 경찰과 정부 지지자들이 기자들을 끌고 갔다.
친정부 성향의 카를로스 로페스 의원은 유튜브를 통해 "병원이 붕괴됐거나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은 모두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최근 들어서야 손씻기, 거리두기 등을 권고했을 뿐 그전까지 대규모 모임을 오히려 권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병원과 묘지의 상황을 직간접적으로 목격한 이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한 의사는 AP에 "우리가 만약 이 위기를 이겨낸다면 신이 위대하기 때문"이라며 "그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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