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사무총장, 중도 사임 밝혀...트럼프 "WTO 끔찍"

입력 2020-05-15 05:56  




호베르투 아제베두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이 14일(현지시간) 임기를 1년 남기고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후 화상으로 진행된 비공식 대표단 회의에서 올해 8월 31일 자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본래 임기 만료일은 내년 8월 말이다.

아제베두 사무총장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조치와 무릎 수술로 평소보다 생각할 많은 시간을 갖게 됐다면서 "가족과 상의한 끝에 개인적인 사유로 (사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과 관련이 없다. 또한 어떠한 정치적 기회를 추구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WTO가 해야 할 과제로 내부 개혁과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세계 경제 회복을 꼽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견제로 WTO의 분쟁 해결 절차가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태다.

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올해 세계 무역이 30% 넘게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세계 무역 질서를 관장했던 WTO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이에 그는 내년 6월 혹은 연말께 열릴 것으로 보이는 각료회의(MC12)에서 이 같은 과제가 논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차기 사무총장 선거도 차질없이 진행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 워커 WTO 일반이사회 의장은 일정을 앞당겨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제베두 사무총장의 조기 사임 소식에 WTO가 중국을 특별대우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이 임기를 1년 남기고 8월말 사임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나는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WTO는 끔찍하다. 우리는 아주 나쁜 대우를 받았다"면서 "WTO는 중국을 개발도상국으로 대한다. 그래서 중국은 미국이 못얻는 이익을 많이 누린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도국인 다른 나라들이 있다"면서 "백악관 집무실에 앉은 사람들이 그런 일이 일어나지 못하게 했어야 한다"고 전임 행정부를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들이 WTO에서 개도국 지위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하라고 미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하면서 불공정 사례의 대표 격으로 중국을 거론하는 한편 한국도 언급했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향후 WTO 협상에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은 이날 개인적 사유를 들어 조기 사임 계획을 밝혔다. WTO는 그간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속에 사실상 제구실을 못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WTO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다가 세계보건기구(WHO)를 함께 거론하면서 "곧 WHO에 대한 발표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다음주께"라고 언급했으나 어떤 발표인지는 추가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WHO가 중국중심적이라고 비난하면서 자금지원을 중단을 지시했다. 미국은 WHO에 지원하는 자금이 가장 큰 나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고 말한 데 대해 무슨 뜻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지켜보자. 중국과 진행되는 일이 많다. 우리는 중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대단한 무역합의의 잉크가 마르지 않았는데 갑자기 전염병이 중국에서 왔다. 우리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따른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을 거듭 비난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부실 대응에 대한 비판 여론 속에 관심을 중국으로 돌리려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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