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속 수주 잔량는 계속 하락세
하반기 신규 수주에 1, 2년 뒤 명운 달려
15일 대우조선해양(대표이사 이성근)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조선업 주요 3사의 올해 1분기 성적이 모두 공개됐다.
대우조선해양의 1분기 실적은 매출액 1조 9,581억원, 영업이익 2,790억원, 당기순이익 2,425억원이다. 지난해 동기 대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9.8%, 24.2% 증가했다.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상선사업의 고부가 선박인 LNG운반선의 매출증가와 해양사업의 추가공사대금(체인지오더) 등이 입금됐다.
분기 기준으로는 지난해 4분기 적자에서 흑자전환 했다. 전반적인 재무 상황도 2019년 말 대비 부채 2,765억원 감소 및 흑자 전환으로 부채 비율이 2019년말 200.3%에서 181.2%로 낮아졌다.
향후 전망도 나쁘지 않다. 박경근 이베스트 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유가 급락기엔 VLCC(초대형원유운반선) 발주가 늘었다"며 올해 VLCC 수주 증가 가능성을 내다봤다.
●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 실적도 `양호`
지난달 말 실적을 발표한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실적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조선해양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 9,446억원과 1,217억원, 전년동기에 비해 20.4%, 251.7% 증가했다. 호실적의 이유로는 우호적인 환율 환경과 함께 2018년부터 늘어난 수주 잔량이 지금 반영되고 있는 점 등이 꼽힌다.
삼성중공업은 1분기 매출 1조 8,266억원, 영업손실 478억원을 기록하며 1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손실 폭은 직전 분기 2,150억원에 비해 큰 폭(78%↑)으로 개선됐다. 올해 삼성중공업의 선박 인도 예정량은 41척. 지난해 27척과 비교하면 크게 늘 전망이다(하나금융투자). 과거 수주해놓은 선박들이 이익률이 저조한 점은 코로나19 시국 속에 오히려 `현금이 꾸준히 들어온다`는 장점으로 변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4분기부터 소폭의 흑자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1분기 수주 80% 급락…"하반기 수주에 총력"
그렇다고 마냥 장미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조선업계가 호실적을 내는 이유는 1-2년 전 수주가 이제야 반영되는 업종 특성 때문이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잔량은 2,118만 CGT, 2019년 전 세계 1년 발주량인 2,529만 CGT와도 비슷한 수준이다. 당장 먹거리는 걱정이 없는 셈이다. 다만 내년 이후까지 시야를 늘려보면, 조선업계에도 코로나19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1분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239만 CGT. 지난해 같은 기간 810만 CGT에 비해 약 70%나 줄어들었다. 조선 3사의 신규 수주도 36만 CGT, 전년동기대비 81.1% 급락했다. 각사 공시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의 1분기 수주량은 19척, 약 12억 달러였고, 대우조선해양은 3척, 약 4억 달러 수준이었다. 삼성중공업은 3척, 약 3억달러를 기록했다. 3사 모두 연간 목표치의 10%에도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도 직접 "올해 2분기까지는 수주 절벽의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안 그래도 경영난을 겪어온 조선사들의 고용 회복도 요원하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신입사원을 뽑는 곳은 조선 3사 중 삼성중공업이 유일하다. 한국조선해양은 2016년 이후,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이후 신입사원 공채를 멈췄다. 2015년 4만 3,051명이었던 조선해양 분야 고용자 수는 작년 말 기준 3만 717명까지 떨어졌다.
취재 중 만난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 전체가 하반기 신규 수주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카타르 등 LNG 프로젝트가 차질 없이 발주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기대감을 밝힌 바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QP)이 올해 60∼120척 규모의 LNG 운반선을 발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력 수요가 많은 해양플랜트 분야의 부활도 지켜봐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가가 이전 수준을 되찾으면 해양플랜트 사업도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해양플랜트 분야도 일부 프로젝트는 발주 입찰을 이어가고 있다"며 일부 수주 기대감을 전했다. 1분기 동안 채우지 못한 수주 잔량을 하반기에 채울 수 있을 지에 한국 조선업의 1, 2년 뒤 미래가 걸려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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