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현진건의 대표작 `술 권하는 사회`의 마지막 장면에서 대문을 박차고 다시 술을 마시러 나가는 남편을 바라보며 아내가 내뱉는 한탄이다.
일제 강점기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지식인인 남편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 답답함을 술로 달래는 사회적 부조리와 인텔리 계층의 무능함을 대비시킨 작품이다.
안 그래도 만성적인 공급과잉과 수요부족으로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로 대표되는 `뉴 노멀(New Normal)` 시대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이라는 초유의 일까지 더해지면서 전 세계는 경기방어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사진 : 미-유럽-일본 중앙은행 총자산 (좌측) / GDP 대비 재정투입비율 (우측))
(자료: 메리츠증권, 노르디아마켓)
중앙은행은 사실상 `제로(0) 금리`와 함께 무제한 양적완화를 통해 시장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정부도 모든 국민들에게 현금을 쥐어주는 재정투입으로 멈춰선 경제활동에 인공호흡을 하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TV와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한 로버트 배로 하버드대 교수는 이같은 주요국의 움직임에 대해 "당분간은 인플레이션이 하락할 수도 있지만 향후 수년간 물가상승 압력이 평소보다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의 경우에도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추경을 통해 긴급재난지원금을 나눠준데 이어 한국판 뉴딜을 포함해 재정적자를 희생하더라고 실물경제에 돈을 쏟아붓기로 한 상태다.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정책(NIRP)`을 통해 경기방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은 아직 선을 긋고 있지만 유럽과 일본에서는 이 정책이 효과가 있다는 입장이다.
정책금리는 `마이너스`에 물가까지 오른다면 경제주체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이런 상황에서는 저축 보다는 투자와 소비에 나서는게 이득이다. 돈을 쌓아놔봐야 은행에 `보관료`를 내야만 한다면 무엇이든 투자대상을 발굴해 돈을 투입하는 것이 당연히 유리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부채가 많은 경제주체는 엄청난 고통을 맛봐야만 한다. 연금으로 생활하는 은퇴자의 비중이 높은 국가의 어려움도 덩달아 커진다.
다만 이 과정에서 쌓이는 `자산거품`과 `도덕적해이`는 자칫 위기를 벗어난 전 세계 경제에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2~3월 폭락세를 거듭했던 자산가격(주식,채권,부동산,금,곡물 등)은 유동성의 힘으로 일제히 `V자형` 반등에 성공했다. 경기방어에는 유용하지만 자산거품은 지금 이 시간에도 커지고 있다. 당분간 발표될 실망스러운 경제지표와 기업실적은 이같은 가격을 반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우기 이미 ETF를 매입하던 일본은행(BOJ)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과 중국, 유럽에 이어 한국까지 투기등급 회사채를 중앙은행이 매입하고 있다. 심지어 주식까지 매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정상적인 경제상황이라면 시장에서 퇴출되어야 할 `좀비기업`이 코로나19 때문에 보조금을 받으며 연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경제주체들이 자산거품을 무시한 채 폭탄 돌리기에 나서거나 저금리-고물가에 대비해 무조건 고위험 자산을 취득하는데 열중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제 아무리 고위험 투자에 나서더라도 정부나 중앙은행이 이를 보전해 줄 것이라는 착각을 심어주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위험`을 권하는 사회 분위기는 주류경제학자들이 우려하는 진짜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바이러스로 발생한 일시적 위기가 각 국에 내재했던 구조적 위기로 연결된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찍한 결과를 불러 올 수도 있다.
워렌 버펫의 벅셔 헤서웨이가 1분기에만 우리돈 6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음에도 항공주에 이어 골드만삭스 같은 은행주의 비중을 줄이고 170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하면서 "여전히 투자할 만한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 배경에는 `위험`이 과도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파티가 한창일 때에는 후유증(숙취)을 알 수 없지만 다음날 그 후회는 만회할 길이 없다. 재집권에만 몰두하는 정치인들의 불장난으로 촉발된 위험을 권하는 사회는 과연 숙취로만 끝났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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