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홍콩 의회 대신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직접 제정하려는 초강수를 두자 홍콩 시민들이 이에 맞서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홍콩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 소고백화점 앞에서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모여 홍콩보안법과 `국가법`(國歌法) 반대 시위를 벌였다.
앞서 지난 22일 전인대 개막식에서는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활동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수립하는 내용의 홍콩보안법 초안이 소개된 바 있다.
또한, 홍콩 입법회는 오는 27일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모독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법 안건을 심의한다.
이날 시위대는 `하늘이 중국 공산당을 멸할 것이다(天滅中共)` 등의 팻말을 들고 "광복홍콩 시대혁명", "홍콩인이여 복수하라", "홍콩 독립만이 살길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완차이 지역까지 행진을 시도했으며, 일부 시위대는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손에 든 모습이었다.
많은 시위 참여자는 2014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인 `우산 혁명`의 상징인 우산을 쓰고 거리에 나섰다. 우산 혁명은 경찰이 발사한 최루탄을 우산으로 막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날 거리에 나온 홍콩 민주화 시위의 주역 조슈아 웡(黃之鋒)은 "내가 국가보안법을 위반하게 되더라도 계속해서 싸울 것이며, 국제사회에 지지를 호소할 것"이라며 "우리는 싸워서 이 법을 물리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야당인 피플파워(人民力量)의 탐탁치(譚得志) 부주석은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으며, 경찰에 끌려가면서 "자유를 위해 싸우자! 홍콩과 함께!"라고 외쳤다.
경찰은 이날 시위에 대비해 8천여 명을 시내 곳곳에 배치하고, 불법 시위가 벌어지는 즉시 엄중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홍콩 경찰은 이날 오후 시위대가 코즈웨이베이 지역에 모이자마자 최루탄을 발사하면서 해산에 나서는 강경 대응 기조를 보였다. 경찰은 또 물대포도 쐈다.
이날 성완 지역에 있는 중앙인민정부 홍콩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 주변에도 많은 경찰과 함께 장갑차 등이 배치됐다.
홍콩 정부는 지난 2003년에도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50만 명에 달하는 홍콩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국가보안법 반대"를 외치자 법안을 취소한 바 있다.
홍콩 야당과 범민주 진영은 "홍콩보안법이 제정되면 홍콩 내에 중국 정보기관이 상주하면서 반중 인사 등을 마구 체포할 수 있다"며 강력한 반대 투쟁을 전개하기로 했다.
다음 달 4일에는 `6·4 톈안먼(天安門) 시위` 기념집회가 열리며, 이어 9일에는 지난해 6월 9일 100만 시위를 기념해 다시 집회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7월 1일에는 홍콩 주권반환 기념 시위가 예정됐다.
타냐 찬(陳淑莊) 공민당 의원은 "홍콩보안법이 제정되면 홍콩법 위에 군림하는 정보기관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홍콩인들은 이에 대한 반대의 뜻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과 그로 인한 심각한 경기침체 속에서 시위 열기가 지난해보다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홍콩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의 하나로 8인 초과 집회나 모임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최대 2만5천 홍콩달러(약 400만원) 벌금과 6개월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5월 1일 노동절 때도 홍콩 노동계는 대규모 시위를 계획했으나, 이러한 사회적 거리 두기 명령 등의 영향으로 시위 참여 열기는 저조한 편이었다.
홍콩 친중파 진영은 홍콩보안법에 찬성하는 시민도 많다며 입법 지지 활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친중파 단체인 `23동맹`은 온라인 서명 210만 명, 가두서명 18만 명 등 총 228만 명의 홍콩보안법 지지 서명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숫자 `23`은 홍콩보안법의 근거가 되는 홍콩 기본법 23조를 말한다.
중국 외교부 홍콩 주재 사무소는 성명을 내고 "앞으로도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는 지켜지고, 외국 자본의 권리는 보호될 것"이라며 "거짓과 선동으로 분열과 국가전복을 꾀하는 세력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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