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 불가 사태는 '현재 진행형'
과기부 "서비스 종료된 것 아냐"
'백업해 달라' 국민청원도 등장
● `국민 SNS` 타이틀 누렸던 싸이월드
학창 시절의 추억과 청춘의 기록들이 빼곡히 담겨 있는 싸이월드. 한때는 전국민이 싸이월드를 할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100원에 한개 하는 도토리를 사서 나만의 미니홈피를 꾸몄다. 미니룸, 배경 스킨, 미니미, 배경 음악 등으로 저마다 개성을 표현하곤 했다. 싸이월드의 인기가 높아지자 지금의 인플루언서 격인 `싸이스타`도 탄생했다. 이들은 일반인인데도 연예인 못지 않은 방문자 수를 기록하며 학생들의 `아이돌`로 떠올랐다. 화려했던 옛 명성과 달리 현재 싸이월드는 극소수의 네티즌만 이용하고 있다.
● "싸이월드 접속 불가…서버 1년 연장"
그렇게 잊혀가던 싸이월드는 갑자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10월 싸이월드 접속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당시 싸이월드는 서버 비용 등 최소한의 유지비를 부담하지 못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글이나 사진을 남겨둔 이용자들의 불만이 속출했다. 논란이 되자 싸이월드는 일단 접속을 복구하고 도메인 소유권을 연장했다. 당장 서비스를 폐쇄하지 않을 것이란 의사를 내비친 셈이다. `cyworld.com` 주소의 새 만료 기한은 오는 11월 12일까지다.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싸이월드 관계자들과 연락을 취했고, 게시물이 IDC(인터넷데이터센터)에 보관된 사실을 확인했다.
● 싸이월드 여전히 `먹통`…불안한 이용자
그로부터 6개월여가 지난 지금, 당시 이용자들에게 접속 불가에 대한 공지조차 제대로 못한 싸이월드는 서비스를 제대로 이어가고 있을까. 대답은 `아니다`. 실제로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싸이월드에 접속할 수 없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싸이월드 이용자는 "오늘 문득 옛 사진들이 생각나서 싸이월드에 접속했는데 몇시간째 사이트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이용자 역시 "사진을 백업하려고 들어갔는데 로딩조차 안 된다"며 "이대로 사진이 다 날아갈까봐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기자에게도 싸이월드가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 묻는 메일이 잇따르고 있다. 메일에서 한 시민은 "싸이월드가 또 안 돼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답답한 마음에 메일을 보낸다"며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아는데도 로그인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 `사진 백업하게 해달라`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해 11월까지 도메인을 연장했는데도 서비스 중단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지난 4월에는 "싸이월드 사진백업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이 게시글에는 "소중한 청춘의 페이지를 송두리째 잃어버릴까 두렵다"며 "돈이라도 지불해서 찾고 싶다"고 적혀있다. 그러면서 이 청원자는 "올해 도메인 만료 기한이 끝나면 싸이월드가 또 다시 연장하기 힘들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싸이월드 이용자들은 도메인 만료일인 11월까지 주기적으로 사이트에 방문하면서 사진이나 글 등을 다운 받고 있는 상황이다.
● 과기정통부 "싸이월드 서비스 종료한 것 아냐"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싸이월드 서비스가 종료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기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한국경제TV와의 통화에서 "민간 사업자기 때문에 저희가 관리하지는 않는다"며 "전기통신사업법상 사업자가 사업을 폐지하려면 30일 전까지 이용자에게 알리고, 15일 전까지 관련 서류를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관련 신고는 들어오지 않은 만큼 서비스는 종료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싸이월드의 전제완 대표는 물론 관계자들도 연락이 두절돼 추가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업계에서는 싸이월드가 경영난을 겪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서비스가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발생하는 접속 장애의 원인도 여러가지로 추정된다. ▲접속 폭증에 따른 서버 다운 ▲임대서버 사용기한 종료 ▲액세스쪽 네트워크 장애 ▲기타 업데이트나 백업 등 관리 이슈 등이다.
● 치열한 경쟁에…"싸이월드도 디지털 수몰되나"
1999년 설립된 싸이월드는 2000년대 중후반까지 `국민 SNS`의 지위를 누렸지만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새롭게 등장한 SNS에 밀려 급속히 추락했다. 이후 싸이월드는 프리챌 창업주인 전제완 대표가 세운 인터넷 실시간 방송 서비스 회사인 에어라이브에 2016년 인수합병 됐다. 페이스북이 큰 인기를 끄는 동영상 시대가 오면서 두 서비스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시각이 많았다. 실제로 싸이월드에서 상대방과 얼굴을 마주보며 채팅, 실시간 방송을 도입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2017년에는 삼성그룹 내 벤처스타트업 투자법인에게 50억원의 투자를 받아 뉴스 서비스를 개발하고 가상화폐를 발행했지만 회생에는 실패했다.
IT 서비스의 치열한 경쟁으로 이용자들이 `디지털 수몰민`으로 내몰리고 있다. 사진이나 글 등의 추억이 서비스 폐쇄와 함께 모두 사라지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1세대 인터넷 포털로 네이버, 다음, 야후와 경쟁하던 드림위즈의 e메일 서비스가 지난해 중단됐다. 중단 고지가 나가기 전부터 서비스가 불안정한 상태가 계속돼 20년간 사용한 업무용 e메일 자료를 송두리째 날린 이들이 속출했다. 그보다 훨씬 전인 2013년에는 1세대 커뮤니티 프리챌이 한달 시한을 두고 서비스를 종료했다. 별다른 백업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이용자들이 일종의 `팀`을 짜서 수작업으로 백업에 매달렸다.
● 저무는 싸이월드, 3천만 회원과 어떻게 작별할까
2000년대를 휩쓴 `싸이월드`. 지금은 30~40대가 된 이용자들 가운데 누군가는 싸이월드에 소중한 추억을 남겼고, 또 다른 누군가는 절대 보여줘서는 안 될 `흑역사`를 묻었다. 새겨진 추억이 너무 많아 차마 탈퇴도 못하고 회원으로 남아 있는 싸이월드 회원만 3,200만명에 달하는 상황. 백업할 시간도 주지 않고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불안에 떠는 이들에게 싸이월드는 어떻게 작별을 고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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