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물러나라"…조합 곳곳 파열음 [재개발·재건축 '슈퍼위크'…과당경쟁 잡음②]

신인규 기자

입력 2020-05-27 17:38   수정 2020-05-27 16:11

    <앵커>

    이처럼 건설사들이 재개발·재건축 수주전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시공사를 선정하고도 제대로 사업 추진이 안되는 곳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정부 규제가 사업성을 낮춘 데다 조합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건데, 조합장 해임을 요구하는 사업장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신인규 기자가 그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기자>

    서울 흑석9구역은 기존 시공사 롯데건설의 대안설계가 인허가를 받지 못하면서 최근 조합장 해임까지 진행된 곳입니다.

    이 곳 재개발 조합사무실을 찾아가봤습니다. 굳게 닫힌 철문은 밖에서 열 수 없도록 용접까지 되어있습니다.

    기존 조합장의 해임에 반발하는 조합원들이 물리적으로 출입을 막은 겁니다.

    <인터뷰> 오길중 흑석9구역 재개발조합장직무대행

    "업무 인수인계를 받으려고 (조합 사무실에) 가니 조합에는 아무도 없었고, 문하고 창문을 전부 용접을 해서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는 상황이고..."

    GS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된 흑석3구역 재개발과 대림산업이 공사를 맡은 서초 신동아 재건축조합도 이번 달에 조합장이 해임됐습니다.

    재건축·재개발구역 조합장들에 대한 해임 운동이 곳곳에서 일어나는 모습입니다.

    1만2천여 세대를 새로 짓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재건축단지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은 조합장 해임총회 발의요건을 지난주 충족했습니다.

    수주 과열로 지난해 사상 초유의 입찰 무효 사태를 겪은 한남3구역에서는 조합장이 이달 벌금 처분을 받았는데, 불투명한 사업 처리가 확인되면서 내부에서 조합장 교체 여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이런 움직임이 일어나는 큰 원인은 규제가 강해지면서 사업성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재건축 지역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거나 사업이 지연되면 예상했던 것보다 조합원들이 내야 할 분담금이 늘어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조합이 할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내부에서부터 일어나는 겁니다.

    <인터뷰> A재건축조합 관계자

    "기존에는 웬만하면 계획하던 대로 부담이야 되겠지만 무사히 잘 처리될 거라고 봤는데, 지금은 거의 뭐 굉장히 타이트하게 사업을 관리하지 않으면 조합원들 부담이 커지는 그런 구조입니다."

    높아진 규제 문턱을 현실화하는 일도 필요하겠지만, 조합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정착되지 않으면 정비사업 현장 곳곳에서 일어나는 파열음은 반복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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