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의 나라'에서 왜?…혐한·혐베 누가 부추기나 [유은길의 진짜 베트남]

입력 2020-05-28 06:01   수정 2020-05-28 09:45

혐한·혐베 확대 재생산, 누구를 위한 감정싸움인가

<사진: 베트남 네티즌의 온라인 게시 글 캡처 "왜 한국 사람들은 그렇게 나쁘게 행동하나요?" 라고 쓰여있다. - 베트남 당국의 식사 제공 수준이 형편없다며 항의한 한국 관광객들에 대한 베트남 네티즌들의 평가. 베트남식 바게트빵 샌드위치인 일명 `반미` 식사 제공에 대해서는 한국 관광객들이 `빵쪼가리`라고 언급해 양국 네티즌간 갈등 생김.>
최근 유튜브 방송을 중심으로 네티즌들 사이에 혐한(한국에 대한 혐오) 및 혐베(베트남에 대한 혐오) 분위기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한국에는 혐베 감정이, 베트남에는 혐한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물론 일부지만 온라인상에서는 그런 분위기가 계속 확산되고 있다.
실제 필자의 베트남 관련 기사 및 칼럼, K-VINA 방송 코너에는 최근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악플들이 달리고 있다. 대부분 베트남에 대한 비판 그리고 혐베 감정을 부추기는 내용들이다. 격려와 선플도 있지만 사실 요즘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대다수 침묵하는 많은 독자 및 시청자들은 혐베 감정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악플러들과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 혐베 감정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진: 베트남 하노이 미딘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 베트남-말레이시아 결승 2차전을 앞두고 베트남 팬들이 박항서 감독의 사진을 담은 깃발을 흔들며 응원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우리만이 아니다. 베트남에도 혐한 감정이 많아지는 것 역시 분명히 느낄 수가 있다. 유튜브 등에 과거에는 없던 혐한 관련 영상이 올라오는가 하면, 베트남 사람들 가운데 일부의 경우 최근 한국에 대해 좋지 않은 내용과 서운함을 표현하는 글귀와 사진들이 SNS에 게시되기도 한다. 필자와 온라인상 친구로 되어 있는 베트남 사람들에게서도 이런 글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국인의 국제결혼 대상 1위로 ‘사돈의 나라’, 경제협력 투자 대상 1위로 ‘형제의 나라’, 축구 한류 등 활발한 민간 교류로 ‘친구의 나라’로 불리던 베트남은 온라인상에서는 최근 찾아보기 어렵다. 요즘은 ‘배신의 아이콘’처럼 묘사되기도 하니, 이런 급반전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사진: 박항서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이 2019년 12월11일 베트남 하노이 총리 공관에서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포옹하고 있다. 푹 총리는 이날 동남아시안(SEA) 게임 60년 역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획득한 U-22 대표팀을 격려했다.>

작년만 해도 더없이 좋던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가 올해 갑자기 왜 이렇게 냉랭하게 됐을까? 국가 및 기업 간 관계는 그렇지 않다고 보지만 민간 특히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는 분명이 한-베트남 간 냉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필자는 한-베트남 간 최근 냉기류의 원인을 크게 3가지로 본다.


<사진: 베트남 당국이 시설 격리 조치한 한국 관광객에게 제공한 식사내용에 대해 베트남 언론이 보도한 모습 캡처>

먼저 코로나 19 사태로 인한 베트남의 강력한 방역관리 과정에서 빚어진 문제다.
① 지난 2월24일 대구에서 베트남 다낭으로 비엣젯항공을 이용해 들어간 한국관광객 20명이 시설 격리된다. : 당시 대구 신천지 신도들의 집단 코로나 19 감염사태가 터지면서 베트남은 대구에서 출발한 비행기 탑승객 전원을 시설 격리 조치했는데, 문제는 이를 사전에 관광객들에게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기에 격리시설에서 베트남이 제공한 식사의 품질을 놓고 한국 언론이 비판적으로 방송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베트남은 나름 정상적인 식사를 제공했는데, 한국 관광객들은 자신들을 홀대했다고 여긴 것이다. 현장에서의 오해와 갈등을 한국 언론이 지나치게 상세하게(Too Much Information) 방송하면서 한-베트남 네티즌 간 감정싸움이 시작됐다. 결국 한국의 이 언론은 베트남의 문화와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한 채 여과 없이 방송한 것에 대해 베트남에 사과했다. 하지만 이때 생긴 한-베트남 네티즌 간 감정의 골은 매워지지 않았다.

<사진: 한국의 한 언론이 사려깊지 못한 방송에 대해 베트남에 공개 사과 성명을 발표한 내용>

② 이런 상황 속에서 사건이 하나 더 터졌다. 지난 2월29일 하노이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이 갑자기 하노이에서 차로 3시간 거리인 번돈공항으로 착륙하라는 베트남 당국의 방침을 인천공항 이륙 후에 받은 것이다. 번돈공항에 한 번도 착륙해 본적이 없는 기장은 결국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인천공항으로 회항했다 : 당시 베트남은 수도인 하노이에 대한 방역관리 강화를 위해 외국에서 오는 비행기의 착륙을 번돈공항으로 변경했는데, 이를 사전에 알려주지 않고 이륙 후에 고지해 문제가 생겼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주한베트남대사관 대사를 초치해 공식 항의했다. 한국민의 안전에 중대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사안을 사전에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베트남 정부는 사실상 이런 문제를 인정했다. 하지만 한-베트남 네티즌 간 감정의 골은 이 일로 더욱 깊어졌다. (한국민들은 친한줄 알았던 베트남이 이렇게 미리 알려주지도 않고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느냐고 분개했고, 베트남인들은 자국의 안전과 방역관리를 위해 취하는 조치들을 한국인들은 무시하고 다른 뭔가 특별한 대우를 요구하고 있다며 감정이 생긴 것이다.)

<사진: 한국 언론의 보도내용에 대해 베트남의 한 언론이 비판 보도를 한 내용 캡처 화면>

두 번째는 1인 온라인 미디어와 일부 언론사들의 침소봉대 방송 및 보도 행태가 문제를 키웠다.
③ 한-베트남 네티즌 간 감정의 골이 계속 깊어지고 있을 때 4월3일 베트남 인터넷 매체가 박항서 감독의 연봉을 삭감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기사를 낸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베트남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던 한국의 박항서 감독에 대해 흠집을 내는 기사 내용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 네티즌들은 또 한 번 격분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이런 내용들을 기반으로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각종 SNS상에서 한-베트남 네티즌들은 각 자의 주장을 펼치며 상대국과 국민들에 대한 비판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한국과 베트남 주요 언론들은 사실 이런 내용들을 대부분 다루지도 않고 있는데, 온라인상에서는 클릭수 경쟁에 내몰린 1인 미디어들을 중심으로 사실과 다른 내용까지 함께 더하며 갈등을 부각해 감정싸움이 확대 재생산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세 번째는 베트남 사업 및 투자에서 실패하거나 위기를 겪은 분들이 이번 코로나 19 사태로 더 어려움에 빠지면서 감정싸움 문제가 커지고 있다.
실패 사례 및 경험, 특히 현지에서 사기를 당하거나 부당해 보일 수 있는 어떤 정책 등에 의해 사업에 어려움을 겪은 분들의 주장은 나름 설득력이 있고 일리가 있어 요즘 같은 시기에 그 내용이 더욱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공산당 체제에서 베트남 정부가 철저한 방역관리를 하다 보니, 현지에서 작은 규모로 사업을 하거나 자영업을 하는 분들 그리고 수출입 사업을 하는 분들은 현재 상상 이상의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이러다 보니 베트남 정부의 약 한달 간 시행한 정책과 방침들(국경봉쇄, 도시간 이동금지, 서비스업 영업금지 등 강력한 사회적 격리 조치)이 모두 비판의 대상이 되고 마음에 안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내용을 온라인상에 마구 표출하고 있다. 자신의 실패 경험과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누군가(베트남 정부 정책)에 전가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본다.

그럼 이 모든 것들은 정말 한-베트남 간 협력관계를 끊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들인가? 베트남 정부와 국민은 정말 대한민국과 한국민을 무시하고 홀대한 것인가?

<사진: 2020년 5월4일. 베트남 하노이의 한 학교 학생들이 휴교 3개월만에 등교해 수업을 듣고 있다. 베트남은 5월28일 현재 42일 연속 지역사회 감염자가 단 한명도 없다>

베트남은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방역관리 성공국가로 평가받는다. 세계보건기구 WHO로부터 그런 인정을 받고 있다. 그리고 베트남 국민 97%는 현재 베트남 정부의 코로나 19 사태 대응에 찬성하고 지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코로나 사태 초기 베트남 정부의 강력한 조치 덕이다. 가장 먼저 중국 국경을 봉쇄했다. 이후 한국 감염자들이 급증하자, 한국발 입국자들을 시설격리 조치했다. 그런데 이 과정이 조금 매끄럽지는 못했다. 이 점은 우리 정부가 이미 공식 항의를 했다. 하지만 베트남 정부가 한국민을 홀대한 것은 아니다. 베트남 국민과 한국민을 똑같이 격리한 것이고 제공 음식이 달랐던 것도 아니다. 베트남은 전 세계 어느 강대국에게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한국만을 상대로 콕 찝어 홀대한 조치는 없다.
그런데 한국의 지금 경제수준과 보건관리 수준의 잣대로 베트남 정부의 조치들을 평가하면 미흡한 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한 국가의 정책 시행 능력과 시설은 그 나라의 경제수준을 넘어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점을 우리는 이해해야 한다. 우리와 단순 비교로 베트남의 외국인에 대한 방역관리 수준을 평가해서는 곤란하다. 그 나라의 사정을 감안해야 하는 것이다.

주목할 만한 내용은 베트남의 경우 3월과 4월 삼성과 LG 그리고 우리 중소기업 직원들의 무격리 입국을 허용했다는 점이다. 베트남내 한국 공장의 차질없는 운영을 위한 예외 조치였다. 물론 베트남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일을 했을 뿐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은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베트남은 확실히 한국 기업들에 나름 배려를 해 준 것이다. 이런 점들은 평가할 만 하다. 따라서 방역관리 과정에서 빚어진 문제들은 대승적 차원에서 서로 이해하고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일부 문제는 시정하고 앞으로 재발을 방지하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군소매체와 1인 미디어의 선정적인 편집과 가짜뉴스 확대 재생산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저버리는 이런 행위들이 앞으로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다. 이제는 온라인상으로 전 세계가 하나가 되면서 1인 미디어의 선정적 표출이 국내 중요 현안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협력과 단합을 해치는 결과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하는 각종 SNS 상의 불필요한 논쟁과 거짓정보의 양산은 앞으로 한-베트남 간 우호 협력증진을 위해 풀어야할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또한 현지 사업 및 투자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사기를 당하신 분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현지 사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도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온라인상에 만연한 각 종 잘못된 사업 정보를 바로잡고 올바른 베트남 정부의 정책 내용과 사업 제도들을 국내에 알려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망하지 않아도 될 그리고 사기를 당하지 않아도 될 많은 기업과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는 길이다. 한국 및 베트남 정부, 그리고 한경 K-VINA와 같은 제도권내 미디어들이 더욱 바른 정보제공에 노력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 2019년 8월3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9 서울 세계도시 문화축제`에서 베트남 공연단이 전통의상을 입고 한국 수문장 행사 참가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친구도, 부부도, 평생 한 번도 싸우지 않은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때로는 다투고 때로는 의견충돌을 겪으면서 우정도 사랑도 깊어지게 마련이다. 여러 해프닝이 있다는 것은 추억이 많은 깊은 관계라는 뜻이다. 한-베트남이 이번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빚어진 일들을 계기로 더욱 깊어지는 관계가 되기를 바란다.

사전수전 함께 같이 겪으면 동지가 된다. 한-베트남은 어떤 한 두건의 해프닝이나 사건으로 인해 헤어지거나 싸울 사이가 아니다.
한국과 베트남은 자국의 경제문제는 물론이고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함께 협력하고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이 많다.
코로나 19를 함께 잘 극복하고 더욱 발전된 형태의 상생 협력관계가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유은길의 진짜 베트남》
○ 베트남 최신 핫이슈·뉴스에 대한 진짜 속 의미를 분석합니다.
○ 베트남에 대한 거짓 정보를 바로잡고 ‘찐(진짜) 베트남’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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