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생명화학공학과 리섕·김유식 교수 연구팀이 바이러스에 특이적으로 존재하는 `이중 나선 리보핵산(RNA)`을 이용해 감염 여부를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RNA는 디옥시리보핵산(DNA)의 유전 정보를 전달해 단백질을 생산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인체에는 단백질로 번역되지 않고 유전자들의 발현을 조절하는 `비번역 RNA`가 존재한다.
이 같은 비번역 RNA와 상호보완적으로 결합해 이중 가닥을 형성한 것이 `dsRNA`인데, 바이러스에서 길이가 긴 dsRNA가 특이적으로 많이 발견된다.
인체 세포는 바이러스의 dsRNA를 외부 물질로 인식해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데, 특이하게도 핵산 서열 정보는 무시한 채 dsRNA의 길이 정보에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같은 면역 체계의 원리에 착안, 길이가 긴 dsRNA를 검출할 수 있는 기판을 만들었다.
생체 물질과 높은 반응성을 보이는 `펜타 플루오르 페닐 아크릴레이트`(PFPA) 고분자를 실리카 기판에 코팅, dsRNA를 포집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판은 길이 76bp(base pair·염기 쌍 개수를 의미하는 길이 단위) 이상의 긴 dsRNA를 검출할 수 있다.
특히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세포에 존재하는 단일 가닥 RNA나 19bp 이하의 짧은 dsRNA는 검출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기판을 이용해 실제 A형과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에서 10분 안에 dsRNA의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데 성공했다.
유전자 증폭 과정 없이도 바이러스 감염 여부만을 신속하게 진단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을 위해 실시간 유전자 증폭(RT-PCR) 검사가 활용되고 있지만, 유전자의 핵산을 증폭하는 방식이어서 결과가 나오기까지 6시간 정도 걸린다.
김유식 교수는 "검출된 바이러스의 종류까지는 파악할 수 없지만, 공항이나 학교 등 다중 밀집 장소에서 감염병 양성 반응을 빠르게 확인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바이오마크로몰레큘스`(Biomacromolecules) 지난달 9일 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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