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극우 수백명 모여 반정부 집회…"마스크도 안써"

입력 2020-06-02 22:22  


이탈리아의 우파 정당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에도 2일(현지시간) 대중 집회를 강행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극우 정당 `동맹`이 주도하는 우파 연합은 이탈리아 공화국 선포 기념일인 이날 오전 수도 로마 중심부인 포폴로광장에서 반정부 집회를 했다.
또 다른 극우 정당인 `이탈리아 형제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창당한 중도우파 `전진 이탈리아` 등 우파연합 정당들이 함께 한 공동 집회다.
우파연합은 내각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 대응에 미온적이라며 이날 집회 개최를 예고한 바 있다.
현장엔 수백명의 우파 지지자들이 모여들어 내각 해산과 총선 실시 등을 외쳤다.
우려한 대로 상당수 참가자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안전거리도 허물어져 방역 당국을 경악게 했다.
이들은 인근 베네치아 광장에서 열린 공화국 선포 74주년 기념식과 맞물려 혼잡한 도심 상황에 아랑곳없이 긴 이탈리아 국기를 들고 거리 행진까지 했다.

동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 역시 수시로 마스크를 벗고 지지자들과 어울려 `셀카`를 찍는 등 당국의 방역 지침을 위반하는 모습을 보였다.
많은 현지 언론도 국민적인 방역 노력을 무시한 이들의 막무가내식 집회 개최에 비판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앞서 지난 주말에는 이탈리아 경제·금융 중심지인 북부 밀라노와 남부 도시 바리에서도 우파 주도로 내각의 전면적인 사임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2018년 말 프랑스 전역을 뒤흔든 `노란 조끼` 집회를 모방해 `오렌지 조끼` 집회라고 명명했고 실제 많은 참가자가 오렌지색 옷을 입고 현장에 나왔다.
집회를 조직한 전직 경찰 고위 간부 출신의 우파 인사 안토니오 파팔라르도는 바리 집회에서 "전염병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코로나19는 전혀 치명적이지 않으며, 단지 지병이 있는 80세 이상 노인들만 사망케 할 뿐"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한편,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날 바이러스 확산 거점인 북부 롬바르디주 코도뇨를 찾아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한 통합과 화합을 강조했다.
코도뇨는 지난 2월 21일 바이러스 첫 확진자가 보고되며 대규모 지역 감염의 시발점이 된 곳이다.
공화국 선포 기념일은 1946년 6월 2일 개최된 국민투표에서 군주제 대신 공화국 체제를 선택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통상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진행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우려로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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