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카드' 꺼낸 이재용…"차라리 시민이 판단해달라"

이지효 기자

입력 2020-06-03 14:43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기소의 타당성을 판단해 달라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일부 사장급 임원 측은 전날 서울중앙지검에 기소·불기소 여부에 대해 심의해 달라며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냈다.

서울중앙지검은 조만간 검찰시민위원회를 열어 이 부회장 등 사건을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에 넘기는 안건을 논의할 계획이다. 검찰청 시민위가 소집을 결정하면 검찰총장은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를 소집해야 한다.

이로써 1년 6개월을 끌어온 `삼성 합병·승계 의혹` 수사 관련자들에 대한 신병처리 방향과 기소 여부 등은 검찰 외부 전문가들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18년 도입된 검찰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고, 수사 결과의 적법성을 평가하기 위한 제도다.

검찰수사심의위는 수사 계속 여부, 기소 또는 불기소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를 판단하고, 기소 또는 불기소된 사건의 적정성·적법성 등을 평가한다. 소집 신청은 고소인이나 피해자,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이 해당 검찰청 시민위원회로 할 수 있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 등이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됐다고 본다. 반면 삼성 측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이 바이오산업 성장 가능성을 반영했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지난달 26일과 29일 이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뒤 사법처리 수위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이 부회장에 앞서 검찰에 불려간 삼성 수뇌부와 삼성물산 등 계열사 전·현직 고위 임원들만 100여명으로, 소환횟수는 1,000여회다. 검찰은 최지성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옛 미전실 전략팀장,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 김태한 삼성바이오 사장 등이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달 중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처리 방향도 곧 결정된다. 이 부회장은 두 번의 조사에서 모두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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