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방군 1만명 투입하려 했다"...군 수뇌부 반대

입력 2020-06-07 23:1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흑인사망 항의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연방군 1만명을 투입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수장의 항명 사태로 표면화된 군 동원을 둘러싼 권력 수뇌부 내 격론에 대한 뒷얘기가 공개된 것이다.
미국 CNN방송과 CBS방송 등은 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주 초 워싱턴DC를 비롯한 다른 지역에 연방군 1만명을 즉각 투입하길 원했지만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이를 반대했다고 고위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늦은 오전 백악관 오벌 오피스(집무실)에서 열린 회의에서 "우리는 거리를 통제해야 한다. 우리는 이곳에 1만명의 병력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미 언론들이 국방부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윌리엄 바 법무장관과 에스퍼 장관, 밀리 합참의장은 이러한 군 배치에 반대했다는 것이다.
AP통신은 에스퍼 국방장관과 밀리 합찹의장은 시위현장에 연방군 1만명을 동원할 경우 사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우려했다고 전했다.
또한 그럴 경우 민법으로 해결해야 하는 사안을 군 문제로 비화시킨다고 우려했으며, 시위대 내 폭력적 요소는 지극히 작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 배치를 요구했을 뿐 아니라 에스퍼 장관이 군 동원을 위한 폭동진압법 발동에 반대하자 소리를 질렀다고 한 국방부 당국자가 CBS방송에 전했다.
에스퍼 장관과 밀리 합참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회의 후 주지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주 방위군을 소집해달라고 간청했다고 CBS가 이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주지사들이 주 방위군을 소집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전국에 현역 병력을 배치하게 됐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에스퍼 장관은 약 1천600명의 현역 윤군병력을 워싱턴DC 지역에 배치했으나 이미 투입된 약 5천명의 주 방위군이 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은 상태여서 현역 병력은 2일 밤부터 철수를 시작했다고 CNN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벌오피스 회의가 열린 지난 1일 오후 군 수뇌부의 반대의견에도 불구, 기자회견을 통해 시위진압을 위한 군 동원을 시사하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당시 경찰은 백악관 인근 라파예트 공원에서 평화적으로 시위를 하던 사람들을 최루탄 등으로 강제 해산시킨 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 후 이를 가로질러 `대통령의 교회`라고 불리는 세인트존스 교회로 갈 수 있도록 길을 터줘 논란을 빚었다.
에스퍼 장관은 이로부터 이틀뒤인 지난 3일 브리핑을 통해 폭동진압법 발동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이 과정에서 밀리 합참의장은 현역 병력 배치 요건이 충분히 충족되지 않으며 자칫 대통령의 지시가 법적 논란을 촉발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졌다고 CNN이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밀리 합참의장은 지난 1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2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을 포함,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편인 민주당 지도부와 전화통화를 했다고 한다.
백악관은 `연방군 1만명 동원` 보도에 대해 확인하지 않았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이 전날 에스퍼 장관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에스퍼 국방장관에게 화가 나 있고 그를 해임 할 수도 있다고 CNN이 또 다른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에스퍼 장관과 밀리 합참의장 모두 자신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살 위험에 처해있으며 언제든 자신들의 자리가 위태로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두 사람 모두 주변 동료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성경책 이벤트`를 벌였던 지난 1일 세인트존스 교회행(行)에 동행한 것을 둘러싸고 불거진 비판 여론 때문에 괴롭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두 사람 모두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 세인트존스 교회를 찾은데 대해 후회하고 있다고 두 사람과 가까운 한 행정부 당국자가 CNN에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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