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한 의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노인 환자가 젊은 환자에게 집중치료 기회를 양보하는 상황을 가정한 의사(意思) 표시 카드를 만들어 화제다.
8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이시쿠라 후미노부(64) 오사카대 초빙교수(순환기내과의)가 대표를 맡는 `일본원시력(原始力)발전소협회`는 인공폐인 에크모 같은 의료장비가 부족해진 경우 기기 사용과 관련해 양보 의사를 미리 밝혀 놓는 `집중치료 양보카드`를 선보였다.
노인 건강 지원사업을 펼치는 이 단체가 지난 4월 홈페이지를 통해 양보카드를 소개한 뒤 홈페이지 방문객이 이전과 비교해 100배 이상 폭증하는 등 일반인들의 관심이 크게 늘었다.
이 카드는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해 의료자원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카드 소지자가 젊은 환자에게 사용 기회를 양보하겠다는 내용을 담는다.
카드 아래 쪽에는 자필로 서명하고 서명 날짜를 적도록 돼 있다.
이시쿠라 교수는 "코로나19 치료로 과도한 부담을 떠안는 의사들에게 에크모 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치료할지를 판단토록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라며 양보카드를 만든 배경을 설명했다.
노인들이 양보 의사를 미리 밝혀 놓으면 급박한 상황이 닥쳤을 때 의료진이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는 코로나19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던 시기에 중증환자 치료용 의료장비가 부족해 생존 가능성이 높은 환자 치료를 우선할지를 놓고 선택을 강요당한 의사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올 들어 전립선암이 전신에 퍼져 체중이 10㎏가량 줄었다는 이시쿠라 교수는 본인도 양보카드를 만들어 소지하고 있다.
그는 "내가 아픈 것도 있고 해서 그런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회복할 가능성이 높은 젊은 사람의 치료를 우선해 주었으면 하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의료 종사자들의 심적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한 이 카드가 고령자들에게는 생명의 포기를 압박하는 수단이 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이에 대해 이시쿠라 교수는 노인 생명권을 무시한다는 비판이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최악의 상황에서 어떻게 할지를 미루지 말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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