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존엄 문제에서만은 용서나 기회란 있을 수 없다."
조선중앙통신이 9일 탈북민 단체의 전단살포에 대한 강경 조치를 밝히면서 언급한 대목이다.
통신은 그러면서 향후 대남업무를 `대적사업`으로 규정했다. 현 문재인 정부를 `적`으로 규정하고 적에 상응한 적대 정책을 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탈북민 대북전단 살포를 `방치`한 문재인 정부와 대화 대신 대결정책을 펴겠다고 공식 천명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난한 탈북민 단체의 전단 살포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전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논설에서 "우리의 최고존엄과 체제를 중상 모독하는 행위는 가장 첫째가는 적대행위"라며 "그것은(전단살포) 사실상 총포사격 도발보다 더 엄중한 최대최악의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탈북단체의 대북전단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온갖 비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북한은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유일지배 체제 확립을 가장 중시하는 만큼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비난을 최고의 적대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수시로 살포되는 전단이 자칫 주민들에게 들어갈 경우 최고지도자의 권위가 훼손되고 내부에서 사상이완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불안과 우려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연장선에서 노동당 통일전선부는 지난 5일 담화에서 "그전부터 남측의 더러운 오물들이 날아오는 것을 계속 수거하며 피로에 시달려오던 우리는 더이상 참을수 없는…"이라며 전단 살포 수거에 대한 피로감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국가보위성을 비롯해 치안기관이 전단 수거를 총동원되더라도 만에 하나 개별 주민의 손에 들어가 생길 수 있는 위험성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 수거에 안간힘을 썼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최고지도자에 대한 비난에 예민하고 격렬한 반응을 보여왔고 남측 당국과 관계개선을 추진할 때에도 대북전단 살포를 포함한 상호 비방 중상 중지를 핵심 사안으로 간주해왔다.
북한이 2014년 10월 탈북자단체가 날린 대북전단 풍선을 향해 총격을 가한 것도 전단 살포에 대한 강경 대응 원칙을 보여준다.
그러나 탈북민 전단 살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님에도 여느 때보다 격렬한 반응을 보여 눈길을 끈다. 북한도 스스로 지난해에만 10여차례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강경 대응에는 올해 들어 탈북민 단체의 페트병을 통한 반북 물품 살포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탈북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에는 김정은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해 `코로나19` 확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코로나 환자들이 사용하던 물품 등을 구매한다는 내용이 공유됐다.
북한에 보내는 페트병이나 풍선 같은 전단에 생필품과 함께 코로나 균도 함께 넣어 보내자는 것이었다.
이 사이트에는 "북한의 의료체계와 방역체계는 소말리아 수준이라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면 북한이 붕괴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사실이 공개된 이후 북한 당국이 내부적으로 탈북민의 다양한 방식의 전단 살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강경 대응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전 의원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대북 전단 살포가 "코로나19 확산을 노리는 반인륜적 처사"라며 방지법 제정을 정부에 촉구했다.
결국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서 당 정치국회의를 여러 차례 열고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총력전을 펴는 상황에서 지속하는 탈북민 단체의 전단 살포를 더는 방치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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