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안 추진 중단하고 힘의 균형 맞추자"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제 4단체가 해고자와 실업자의 기업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하려면 파업시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사업장 점거를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 들어 힘의 균형이 노동계 쪽으로 쏠린 데 따른 위기감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 경영계 "노조로 힘 쏠림 심화"…국가경쟁력 해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9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에 관해 이와 같은 의견을 정부에 제출했다고 10일 밝혔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의 필요성에는 동의하나 이미 노조 쪽으로 기운 힘의 쏠림 현상이 우려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또 해고자와 실업자 등의 노조 가입 허용,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 삭제 등에 대한 경영계의 입장을 담았다.
경영계는 "우리 노사관계 기본 틀이 전반적으로 뒤흔들리게 된다"고 비판했다. 기업에서 일하지 않는 직원까지 노조에 가입해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해 무리한 요구를 할 토대를 마련해 준다는 것이다. 또 개정안이 "노조의 단결권만 강화해서 노조로 힘의 쏠림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경영계는 "노조는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대립적, 투쟁적 노동운동을 하고 있다"며 "대립적 노사관계와 경직된 노동시장은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매년 최하위 수준을 기록할 정도로 국가경쟁력을 저해하는 핵심요인"이라고 지적했다.
○ 갈수록 세지는 노조…경영계 "힘의 균형부터 맞추자"
경제4단체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ILO 핵심협약 비준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경영계는 "ILO 핵심협약 비준이라는 취지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이는 중대한 국가적 사안이므로 정부는 개정안 추진을 중단하고 노사간 요구를 균등하게 고려해 종합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진형 노사관계를 도모하기 위해 부당노동행위 제도 개선, 파업시 사업장 점거 금지 등 사용자 측 대항권도 개선돼야 한다"며 "주요 선진국은 파업에 대항할 수단으로 대체근로를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허용한다"고 주장했다.
또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규정은 노조 독립성 차원에서 ILO 핵심협약에 합치하므로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ILO 핵심협약을 신속히 비준해야 하는 요인이던 한-EU(유럽연합) FTA(자유무역협정)의 전문가 패널 조사 절차가 중단된 상황을 고려하면 지금 법 개정을 강행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경제 4단체에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도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동조합 가입은 노동시장을 더 경직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8일 고용노동부에 전달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21대 국회 출범과 함께 친노동 쪽으로 정책 쏠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가뜩이나 각종 노동 규제로 어려운 상황에서 코로나19와 미중 무역분쟁 속에 고전하고 있는 기업들이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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