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책임 떠넘긴 금감원…끝나지 않는 악순환 [여의도의 눈]

이민재 기자

입력 2020-06-10 15:36   수정 2020-06-10 16:02


라임 펀드 판매사들이 오는 8월 말까지 `라임 배드뱅크`로 알려진 가교운용사 설립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금융감독원은 한발 빠져있는 모양새다.
금감원은 10일 열린 설명회에서 라임 가교운용사는 판매사들이 원해서 하는 것"이라며 "금감원은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또 금감원은 "펀드 이관은 불시에 발생 가능한 라임자산운용의 업무 중단 등에 대비해 진행하는 것"이라며 "책임 회피 목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앞서 금융당국이 발표한 사모펀드 개선 안에 주문자생산방식(OEM) 펀드규제로 소통이 힘든 상황에서도 운용사, 판매사 간 서로 감시와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담은 것을 볼 때 금감원이 책임을 떠 넘기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왜 미리 못 막았나"…금감원 또 늦었다
가교운용사 구성 과정 등을 살펴보면 금감원이 권고 등 일정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전면에 나서는 것을 피하는 모습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런 이유에 대해 "라임 사태에 대한 사전 감시 소홀이 부각될까 노심초사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금감원이 라임자산운용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위험을 키워갈 때,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라임운용을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바 있다. 그럼에도 당시 금감원은 이를 눈 여겨 보지 않았다.
사태 발생 이후 업계에 대한 금감원의 조사 등 압박을 볼 때 사전에 왜 그리 하지 못했나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
김동회 금감원 부원장보는 "사전 감시 부분이 부재했고 소홀했다는 점이 있다"며 "제도적 장치, 법 개정, 모범 규준 등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 가교운용사 설립 두고 의견 분분
여기에 가교운용사 설립이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교운용사를 진작에 미리 만들어야 했다"며 "허둥지둥 만들기보다 금융투자협회 등에 판매사 연합을 둬서 이런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기관을 상시 만들어놔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판매사가 팔았으면 사후관리 책임을 다하는 것이 맞다"며 "(금융당국의) 발 빠른 조율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김동회 부원장보는 "라임 사태 이후 관리 처리에 필요하다고 하면 상시 형태로 운용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가교운용사 설립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가교운용사가 만들어지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절차가 더욱 길어질 수 밖에 없다"며 "금감원과 판매사들이 라임운용에 태스크포스(TF) 형식으로 들어가서 빠른 처리를 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금융소비자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 윤석헌 금감원장을 대상으로 고발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다.
● "금감원이 잘못된 선례 만든다" 지적
사모펀드에 대한 잘못된 선례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판매사가 금감원 압박에 못 이겨 선 보상을 하고 가교운용사까지 운용하게 되면 `고수익 고위험` 책임을 져야 할 사모펀드 투자자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감원의 분쟁 조정이 먼저고 거기서 여러 소송을 통해 판매사들이 결정하는 것이 맞다"며 "금융당국이 끼어들 이유가 없다"고 언급했다.
오히려 정책을 잘 다듬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재간접펀드 등을 통해 고위험 사모펀드에 공모 형식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에서 문제기 발생한 만큼,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전성인 교수는 "사모펀드는 사모답게 전문 투자자들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도록 영역 밖에 두고 금융당국은 체계적인 위험 관리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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