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으로는 첫 방문
김정숙 여사 '눈시울' 붉히기도
문재인 대통령은 509호 조사실로 들어섰다. 고(故)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을 당했던 욕조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 자체가 그냥 처음부터 공포감이 딱 오는거죠. 물고문이 예정돼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니까요"
동행한 지선 스님이 조사실에서 겪었던 경험과 심정을 문 대통령 내외에 설명했다. 함께 듣던 김정숙 여사는 "에효"라고 연거푸 한숨을 쉬고 눈시울을 붉혔다.
서울대 언어학과 3학년에 재학하던 박종철 열사는 1987년 1월 14일 이곳에서 조사를 받다가 사망했다.
문 대통령은 10일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찾았다.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이곳은 고문과 인권 탄압의 상징에서 민주인권기념관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올해 6.10 민주항쟁 제33주년 기념식이 이곳 앞마당에서 열렸다.
앞마당에서 조사실까지 문 대통령 내외는 승강기를 타고 이동했다. 승강기를 타기 전 연행자들이 이동하던 뒷문을 먼저 둘러봤다. 두꺼운 철문 안으로는 나선형의 가파른 철제 계단이 있다. 1층에서 5층으로 직접 이어진 계단 중간에는 나갈 길이 없다. 문을 들어서면 바로 조사실로 올라가는 구조다.
유동우 민주인권기념관 관리소장은 "연행돼 오는 사람들이 통과하는 모든 문은 철문으로 돼 있어서 마찰음과 굉음이 눈을 가린 상태에서 들으면 아주 공포스럽다"고 설명했다.
박종철 열사의 영정 앞에는 김정숙 여사가 헌화했다. 안개꽃과 카네이션, 장미꽃으로 만든 꽃다발은 무명 손수건으로 감쌌다. 항쟁 당시 최루탄 속에서 서로의 눈물을 닦아줬던 손수건에 대한 기억을 되살린 것이다.
추모가 진행된 509호실 밖에는 민갑룡 경찰청장이 대기했다. 문 대통령은 현장을 민주인권 기념 공간으로 제공한 경찰의 용기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민 청장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경찰이 된 모든 사람들이 반성하고 성찰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찰청장이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문을 자행했던 과거 잘못된 공권력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고인에 대한 예우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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