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도시·주거 전망 제시
"집에서 보내는 시간↑ 1인당 필요 면적↑"
"사적으로 자연 즐길 수 있는 '테라스' 수요 증가"
《코로나19로 일상생활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재택근로를 선택하는 기업이 늘고 언택트 소비문화가 자리잡았다. 성장을 거듭해 현대의 도시는 코로나19 이후 어떻게 변할까. 인터뷰를 통해 만난 유현준 교수(홍익대 건축학과)는 "감염병이나 사회적 재난은 언제나 도시의 변화를 가져왔다. 코로나19 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발코니 확장으로 대표되는 2,000년대 이후 아파트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새로운 형태로 변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 이어서: "코로나로 변화할 도시,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②"
Q. 전염병과 도시, 어떤 연관성이 있나.
"재난에는 언제나 도시의 변화가 뒤따른다. 대표적인 사례가 `파리(Paris)`다. 장티푸스나 콜레라처럼 물로 전파되는 전염병이 많았기 때문에 파리는 `하수도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수도를 지하에 만든 거다. 도시 시스템이 전염병 극복에 맞게 진화한 셈이다. 최초 문명인 메소포타미아·이집트 문명도 마찬가지다. 둘의 공통점은 건조한 기후대에 있었다는 점이다. 사람이 모여살면 전염병은 불가피한데 전염병을 당시 기술로 해결할 수 없다 보니 건조한 기후의 도움을 받아 해결한 것이다. 이처럼 문명·도시는 전염병과 뗄 수 없는 관계다."
Q. 코로나 이후 도시는 어떻게 변할까, 분산될까 계속 성장할까.
"양방향으로 진행될 것 같다. 외곽은 찢어져 나가고 중심부는 더 고밀화 되는 거다. 코로나 이후에도 변하지 않을 것은 `고밀화된 환경을 가진 곳이 여전히 세계를 리드하는 도시가 된다`는 점이다. 도시의 경쟁력은 고밀도로 모여살면서 한 사람이 접할 수 있는 사람과 기회가 많아지는 것에서 나온다. 그걸 `시냅스(synapse, 연접)`라고 하는데, 시냅스의 총량이 중요하다. 앞으로는 시냅스가 온·오프라인 양방향으로 늘어갈 거다. 온·오프라인 시냅스의 총량을 많이 가진 도시가 세계를 선도하는 곳이 될 것이다.
몇몇 사람들은 `미래는 언택트 시대라서 온라인 시냅스가 늘어나는 쪽으로만 도시가 성장한다`고 전망한다. 하지만 오프라인 시냅스도 무시할 수 없다. 가령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접근할 때 문자 보내고 화상통화 하는 것보다 손 한 번 잡는게 더 큰 효과를 낼 때가 있다. 경제·비즈니스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방향으로 발전이 진행되는데, 그 두가지를 함께 만족시키는 도시가 경쟁력 있는 도시가 될거다."
Q. 중심부는 밀도를 높여간다고 했다. 감염병 우려는 해소되지 못한 셈이다.
"개인의 자유를 많이 내려놓을 거라고 생각한다. 클럽발 코로나 확산 이후 QR코드를 찍거나 출입 명단에 이름을 남긴다. 사생활을 다른 사람에게 공개하는 것이다. 사생활을 공개하면서도 클럽에서 누리는 즐거움이 더 크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거다. 이처럼 개인의 자유나 사생활을 즐거움이나 비즈니스 기회와 맞트레이드하는 사례가 잦아진다고 예상한다.
이같은 흐름에서 사회윤리, 도덕관, 가치관도 바뀐다고 본다. 우리가 가진 도덕·가치관은 인간의 어두운 부분이 일부 인정되는 사회에서 만들어진 규범이다. 그런데 전염병에 적응하면서 사생활을 노출하는게 자연스러워지면 지금보다 `강압적으로 투명한 사회`가 될 거다. 덜 투명하던 사회에서 만든 사회적 규범과 기술에 의해서 투명성이 늘어난 사회가 서로 충돌한다고 본다. 그 중간에서 새로운 윤리와 가치관이 접점을 찾아갈 것이다."
Q. 주거공간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나.
"아파트는 1970년대 첫 등장했다. 부모·자식 두 세대가 살고, 아이 둘을 낳아 사는 생활이다. 그걸 누리는 공간이 방 3개, 화장실 1개, 30평대 아파트다. 중산층 거주 환경이다. 80, 90년대 우리 경제는 계속 성장했고 그러면서 집 안에 소유물이 늘어났다. 예전에는 이불깔고 자다가 낮에는 장롱에 넣었다. 잠을 자던 공간을 낮에 다른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80, 90년대 거치면서 침대는 필수품이 됐다. 침대는 낮에도 공간을 차지했고 사람이 쓸 수 있는 공간이 그만큼 줄게됐다. 결국 집 공간이 더 넓어져야 하는 건데 그 부족한 공간을 `발코니 확장`으로 채웠다. 80~90년대 가구가 커지면서 부족해진 공간을 발코니 확장법이 1차적으로 막아준 거다.
발코니가 확장된 지금의 실내 면적은 아이는 학교를 가고 어른은 회사를 갔을 때 수용가능한 면적이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고 언택트 생활이 보편화되면 지금 면적으로는 감당이 어려워진다. 언택트 시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계산하면 지금의 155%라는 결과가 나온다. 지금보다 집에서 1.5배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뜻이다. 그러면 필요한 공간도 1.5배가 된다. 이미 지어놓은 아파트를 당장 확장할 수 없으니 지금의 아파트 면적~1.5배 사이에서 확장되는 쪽으로 변화할 것 같다."
Q. 1인가구가 늘고 출산율도 낮아지면서 집이 작아지는 추세였다. 이게 다시 커진다는 의미인가?
"1인가구라고 하면 7평 정도의 원룸, 오피스텔이면 소화가 가능했다. 그런데 앞으로는 원룸도 10평은 돼야 필요 면적을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내기 때문에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해지는 거다. 과거에는 집에서 잠만 자고 나와서 직장이나 카페 등 공유공간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 것들이 점점 어려워지게 되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필요 면적은 넓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Q. 면적 뿐 아니라 집의 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것 같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놀란 건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공원으로 몰렸다는 점이다. 카페, 음식점, 백화점 등 실내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위험해지니까 야외로 나간 거다. 현대사회에서 자연을 만나는 공간은 대부분 `공공공간`이다. 야외 둔치나 공원처럼. 1970년대에는 집에 마당이 있어서 집에서 자연을 `사적으로` 즐길 수 있었다. 80년대에는 발코니가 그런 역할을 일부 감당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공간이 사라졌다. 자연을 사적으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게 될 거다. 쉽게 말해서 집에서 하늘을 볼 수 있는 `야외 데크 공간`이다. 이미 외국에는 테라스에 나무를 심을 수 있는 집도 있다. 감염병 확산을 우려해 공공공간에서의 활동이 위축되는 흐름이 이어진다면 사적으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넓은 테라스`를 원하는 수요가 늘게 될 거다."
Q. 주거공간도 넓어지고 테라스까지 갖추려면 지금보다 넓은 면적이 필요할 거다. 부유한 계층이 아니라면 어려울 것 같다.
"시장은 항상 부유한 계층부터 시작한다. 마차를 여러대 가진 사람이 먼저 자동차를 샀고 나중에 중산층으로 내려왔다. 지금도 극소수의 초고가 아파트는 테라스 폭도 몇 미터씩 되고 나무도 심을 수 있다. 다만 지금은 테라스를 넓게 만들려면 주거공간에 쓸 용적률을 테라스에 써야한다. 시대가 변하고 욕구가 변한다. 법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테라스 공간의 건폐율을 완화시켜준다거나, 집에 테라스를 조성할 수 있도록 기축 아파트에 대한 리모델링을 쉽게 해주는 방식 말이다. 지금의 용적률·건폐율도 인간의 거주환경을 윤택하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코로나로 주거수요가 변하고 욕구가 변한다면 제도도 그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 자동차 크기가 커져서 주차공간이 좁아지면 주차면적을 늘려주는 것과 같은 거다.
아파트 평면에도 변화가 생길 거다. 지금의 아파트 평면은 4인 가족 기준이다. 하지만 가구원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소규모 가구원이 적정 면적을 차지하고 나머지 공간은 소규모 야외공간으로 조성하는 방식도 제도만 개선된다면 충분히 만들 수 있다. 또, 현대 아파트는 `벽식 구조`로 설계됐다. 이를 `기둥식 구조`로 바꿔야 한다. 그렇게 되면 공간을 더욱 유동적으로 쓸 수 있다. 주택법상 주거공간에서 벽식 구조를 50% 미만으로 짜도록 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앞으로 가족구성원 숫자도 바뀔 거고, 실내 가구의 크기가 커질 수도 작아질 수도 있다. 주거 변화의 가능성이 너무 많은데 고정된 벽식 구조로는 그런 변화를 감당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 이어서: "코로나로 변화할 도시,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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