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부·친모로부터 잔혹하게 학대당한 9살 여아는 목숨을 걸고 집에서 도망친 뒤 부모의 시선을 피해 물탱크가 있는 곳에 수 시간 동안 숨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A(9)양은 지난달 29일 오전 10시께 맨발로 거주지인 4층 빌라 베란다 난간을 통해 옆집으로 넘어갔다.
이후 옆집에서 컵라면 등으로 주린 배를 채운 뒤 계단으로 나가 물탱크가 설치된 공간에 숨었다 밖으로 빠져나왔다.
물탱크가 있는 공간은 4층과 지붕 사이로 A양은 자신의 집과 옆집 사이에 설치된 작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이곳은 입구 쪽으로 창문이 뚫려 있어 A양이 밖을 관찰하면서 시간 흐름을 짐작할 수 있는 구조다.
오후 5시 20분께 집에서 약 1㎞ 떨어진 편의점 인근에서 주민에게 발견된 점을 고려하면 5∼6시간가량 이곳에 머문 것으로 짐작된다.
A양은 "건물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기계 소리가 들리는 곳에 숨어 있었다"는 진술을 아동보호기관에 했다.
옆집으로 넘어간 뒤 바로 건물 밖으로 도망가지 않은 이유는 부모에게 발각되지 않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전에는 집에 있는 친모에게, 날이 어둑어둑해지는 저녁에는 집으로 돌아오는 계부에게 들킬까 두려워 나름대로 부모 시선에서 자유로운 시간대를 어림짐작해 건물 밖으로 빠져나온 것이다.
다만 건물을 빠져나온 뒤 1㎞가량 떨어진 편의점까지 동선은 아직 미궁에 빠져 있다.
A양이 이와 관련한 진술을 한 적이 없고, 경찰도 도주 경로는 사건과 무관한 사안이라 별도의 조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A양이 목숨을 걸고 집에서 도망친 시점부터 편의점 근처에서 행인에게 발견되기까지 완전한 동선은 A양의 추가 진술이 없는 한 의문으로 남게 됐다.
경찰은 A양이 인근 산을 타는 것 대신 주변 논·밭이나 도로를 따라 편의점까지 내려왔을 가능성이 더 설득력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가 자신이 숨어있던 공간을 특정하지 못하지만 빌라 구조 등을 고려하면 물탱크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와 관련한 정확한 진술이 없기 때문에 도주 동선을 100% 단정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A양은 지난달 29일 집에서 탈출해 잠옷 차림으로 창녕 한 도로를 뛰어가다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계부·친모는 동물처럼 쇠사슬로 목을 묶거나 불에 달궈진 쇠젓가락을 이용해 발등과 발바닥을 지지는 등 A양에게 고문 같은 학대를 자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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